[윤철규의 적시타] 아무리 잘못된 리포트라도 ‘막말·협박’이 해결책 아니다.

입력 2015-06-29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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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현대백화점이 자사의 분석보고서 내용을 문제 삼아 해당 증권사 애널리스트에게 보고서를 내리라고 협박한(?) 사실이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관련 보도 직후 증권가에선 애널리스트의 소신있고 독립적인 리서치를 가로막는 ‘갑질’이라며 현대백화점을 맹비난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니가 뭔데 면세점 선정 채점을 하느냐”는 등 현대백화점 임원의 막말이 상장사와 리서치센터의 관계를 그대로 보여준다는 자조섞인 말까지 나왔습니다.

반면 시내면세점 평가가 코앞에 닥쳤는데 애널리스트가 점수까지 매겨 순위까지 밝힌 건 적절치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한술 더 떠 ‘낙찰 유력 보고서’에 다른 의도가 숨어있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는 얘기도 돌았습니다. 시내면세점 입찰에 참가한 SK네트웍스 우선주가 관련 보고서가 나온 후 5거래일간 상한가를 기록하며 200% 넘는 폭등세를 보인 게 우연이 아니라는 겁니다.

이번 사건을 보면서 저는 증권사 리서치의 자유와 책임에 대해 정확하게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1의 원칙은 거대 기업의 압박에도 위축되지 않고 자기 소신에 따른 정확한 보고서 작성과 발표는 절대적이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래야 시장이 성숙해지고 투자자가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1998년 노무라 증권은 ‘대우에 비상벨이 울리고 있다’는 보고서를 작성해 대우그룹의 몰락을 예고했습니다. 이 보고서를 신뢰했던 투자자들은 피해를 덜 봤을 겁니다.

물론 책임은 져야 합니다. 시내면세점 점수를 매겼다면 해당 기업이 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을 수 밖에 없었는지 정확한 근거를 대야 합니다. 실제로 이 보고서를 쓴 애널리스트가 매긴 점수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듭니다. 많은 걸 양보한다 해도 관세청이 제시한 ‘운영인의 경영능력’ 부문에서 롯데호텔(롯데면세점)과 현대DF(현대백화점)에 각각 150점을 준 건 이해하기 힘듭니다. 롯데는 시장점유율 50%를 차지하고 있는 시장 지배적 사업자입니다. 현재 면세점 사업으로만 엄청난 이익을 내고 있는 우량 기업입니다. 거기에 ‘자기자본비율’, ‘유동비율’, ‘이자보상배율’, ‘부채비율’, ‘감사의견의 적정성’ 등 객관적인 수치로 따질 수 있는 부분도 가장 높은 점수를 준 SK네트웍스보다 낫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주관적인 부분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 섞여 있어 계량화하기 어렵고 주관적인 개입 요소가 많아 신뢰도가 떨어져 보인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핵심은 아무리 잘못된 보고서라도 지적과 비판은 공개된 링 위에서 펼쳐야 한다는 점입니다. 어두컴컴한 골목 구석으로 데려가서 “니가 뭔데”라고 막말하고, “사과하지 않으면 법적 소송을 진행하겠다”고 협박하고, “리포트 내리고 인용한 언론 기사를 다 삭제시켜라”고 요구하는 건 권력 남용입니다.

미국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은 대통령이 되고 난 후 “신문을 읽지 않는 사람이 신문을 보고 잘못된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보다 낫다”면서 언론을 폄하하기 일쑤였습니다. 언론자유를 상징하는 유명한 문구, “누가 나에게 신문이 없는 정부와 정부가 없는 신문 중 하나를 택하라고 한다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정부가 없는 신문을 택할 것이다”라고 얘기했던 그도 신문만 보면 ‘꼭지’가 돌았던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그가 신문에 막말과 협박을 했다는 사실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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