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나를 케이틀린으로 불러주세요."
긴 웨이브 헤어에 볼륨감 넘치는 몸매.
누가봐도 천생 '여자 모델'이죠.
그.런.데 이 사람의 본래 이름은 브루스 제너.
미국 올림픽 영웅이자 왕년에 잘 나갔던 '훈남(!!)' 스포츠 스타입니다.
그는 66세가 돼서야 자신의 성정체성이 '여자'라고 밝혀 화제가 됐습니다.
브루스 제너.
한평생 남자로서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 삶을 살았죠.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철인 10종 경기 세계 신기록으로 우승하며
미국 육상 스타로 군림하기도 했습니다.
훈훈한 외모 덕에 각종 영화와 TV쇼에 출연하면서 수많은 여성팬을 거느리기도 했죠.
결혼도 세 번이나 했고, 10명의 자녀도 두고 있습니다.
미국 배우 킴 카다시안의 계부이자
패션계 유명 모델 켄달 제너와 카일리 제너의 친아버지이기도 하죠.
사실 이전부터 할리우드에서는 브루스 제너가
머리를 기르고 손톱에 매니큐어를 칠하고, 여자 속옷을 입는다는 루머가 돌았죠.
지난 3월, 브루스 제너가 그의 아내 크리스와 이혼한 이후
루머는 곧 사실임이 드러났습니다. (헉)
"평생 참아보려고 했지만, '그녀'를 경험하지 않고 그냥 죽으면 너무 후회할 것 같았다."
그는 지난 4월 ABC 방송에서 자신의 성정체성을 드러내며 성전환수술 결심을 밝혔습니다.
어린시절부터 겪었던 성정체성의 혼란.
그리고 '진짜' 자신을 숨기기 위해 더 남성적으로 살아야했던 이야기를 털어놨습니다.
여기서 잠깐!
제너는 자신의 성정체성은 '여자'이지만 '게이'는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단 한번도 남성에게 끌린 적이 없다고 하네요.
"성정체성(gender identity)과 성적 관심(sexuality)은 다른 것"이라고 말했죠.
그는 가족들이 충격과 상처를 받을 것을 염려해
'점차적으로' 여자가 되는 방법을 택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1980년대부터 성전환을 위한 호르몬을 투약하고
코 축소술, 제모 등 '여자가 될' 준비를 조금씩 했다고 밝혔습니다.
가족들은 아버지의, 그리고 남편의 결정을 지지하고 나섰습니다.
그의 마지막 아내 크리스 제너는
"지난 25년간 그를 내 남편, 그리고 내 아이들의 아버지로 불렀지만
이제 나는 그를 '나의 영웅'으로 부를 수 있게 됐다"고 밝히기도 했죠.
브루스 제너가 등장한 베니티페어 화보가 공개된 지난 1일.
그는 '케이틀린 제너'라는 이름으로 새 트위터 계정을 열고
"오랜 기간 정체성을 찾아 방황한 뒤 비로소 행복해졌다"고 글을 남겼죠.
'그녀'의 트위터, 개설된 지 4시간만에 팔로워 100만명을 돌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세운 기록(5시간)을 단숨에 갈아치웠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물론 모델 카라 델라바인, 가수 마일리 사이러스 등
유명인들이 SNS를 통해 '그녀'의 선택을 지지했고요.
그런데 말입니다.
'그녀'의 선택이 모든 이들의 지지를 받는 것은 아닙니다.
"본인이 출연하는 TV프로그램 흥행을 위한 '쇼'다" 라는 등 곱지 않은 시선도 있습니다.
미국내 트랜스젠더는 약 70만명.
차별이나 조롱거리의 대상이 되기 일쑤고
트랜스젠더가 정규직 직장을 잡기란 '하늘의 별따기'라고 합니다.
케이틀린은 트랜스젠더에 대한 인식을 개선시키는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는데요.
적지 않은 나이에 어렵게 내딛은 '그녀'의 행보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