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 장관은 이라크 정부군에 대해 “싸울 의지가 없다”며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냈다.
이에 따라 현재 바그다드 인근에서 공사를 진행 중인 국내 건설사들의 사업장과 직원들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이라크 특전대까지 줄행랑을 친 상태다 보니, 이번 사태는 기존 내전상황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가장 우려되는 곳은 국내 건설사들의 대표적 사업장 중 하나인 한화건설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현장이다. 이 곳에는 600여명의 한화건설 직원들이 파견돼 있다. IS가 점령한 라마디와는 120㎞ 떨어져 있다. 서울에서 천안 정도의 거리로 가깝다.
그러나 한화건설 측은 안전상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한화건설 한 관계자는 “내전과 상관없이 현장은 공정대로 진행 중”이라며 “지난해 5월과 6월에도 IS의 공격이 있었지만 현장은 안전했고 공사도 차질 없이 진행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만약의 사태에도 대비 중이다. 관계자는 “현지 경호경비본부와 이라크 정부와 정보를 교류하고 있고 예의 주시 중이다. 또 직원들의 안전이 최우선인 만큼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비상대책 시나리오가 단계별로 준비돼 있다”고 강조했다.
한화건설의 이라크 공사는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 사업으로 1830만㎡(550만평) 부지에 10만 가구 규모의 도시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분당신도시 수준이다.
다른 사업장도 현지 내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GS건설, SK건설, 현대엔지니어링과 함께 바그다드에서 120㎞ 떨어진 카르발라에서 정유공장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현대건설의 한 관계자는 “아직 사업 초기 단계여서 현장에 직원들이 다 파견된 상황은 아니다. 다만 현지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대책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GS건설 관계자도 “공사 현장은 바그다드보다 남쪽으로 떨어진 지역이어서 아직까지 위험지역은 아니다. 그러나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1,2,3단계에 걸친 대책을 마련해 놓고 있다”고 털어놨다.
현재 알포우에서 항만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대우건설과 바드라, 주바이르 두 곳에서 공사를 진행 중인 삼성엔지니어링도 거리상 남쪽으로 떨어져 있지만 사태를 계속 파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건설업계는 사업에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 놓고 있지만 내전 사태는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모양이다. 이라크 정부군이 참패를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체적인 여론은 이라크군이 수적 우위였으면서도 제대로 싸워보지도 않고 철수한 것이 라마디 패전의 주 원인이라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이에 라마디에 이어 바그다드 방어선까지 뚫리면 국내 건설업계의 사업장도 무장 세력으로부터 안전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지에서 진행 중인 공사는 대체로 초ㆍ중반 단계이기 때문에 이라크 내전 상황이 보다 심각해지면 공사 일정에 차질을 빚어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