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금융업계의 거액 보수 관행을 개혁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라가르드 총재는 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IMF 본부에서 열린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 의장과의 대담회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주범인 대형은행의 보상체계에 불만을 토로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그는 “실적에 비해 은행가들의 보수는 너무 많다”면서 “당국 규제만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라가르드 총재는 “금융업계의 보상체계가 더 이상 근시안적 행동과 과도한 위험부담에 얽매이지 않도록 바뀌어야 한다”며 “금융제도가 사회를 위해 운영돼야지 반대로 사회가 금융제도를 위해 움직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런 불합리한 보상체계를 바꾸는 방법으로 라가르드 총재는 주주들의 발언권과 감독권을 강화하고 금융업계 문화와 사회적 목적 사이의 관계를 재조정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그는 또 “감시자가 없어도 은행가들이 옳을 일을 하도록 유도하는 문화가 필요하다”며 “단기적인 이득보다는 장기적 성과를 장려하도록 관행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한 트레이더의 잘못된 파생상품 거래 판단으로 60억 달러(약 6조4800억원)의 손실을 초대한 JP모건체이스의 ‘런던고래’ 사건을 언급하면서 “은행들은 내부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개선시킬 필요가 있다”며 “금융위기는 리스크를 무시하거나 과소평가할 때 일어난다”고 역설했다. 은행가들이 거액의 보수를 받기 위해 리스크를 무시하고 단기적인 성과에만 얽매인다는 것이 라가르드의 지적이다.
옐런 의장도 라가르드 총재의 의견에 동의하면서 “왜곡된 보상체계에 대한 은행가들의 반응이 위기에 취약한 환경을 조성했다”며 “연준을 포함한 금융당국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는 금융시스템 전체보다 개별 기관의 건전성 여부에만 초점을 맞춘 경향이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라가르드 총재는 더 많은 여성 지도자가 나오는 것도 금융윤리를 제고하는 데 좋을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만일 ‘리먼브러더스’가 아니라 ‘리먼시스터스’였다면 무슨 일이 일어났겠는가”라고 반문하면서 남성 중심의 폐쇄적인 금융문화에 일침을 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