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정립 50주년을 맞이한 ‘무어의 법칙’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개인용 컴퓨터 및 휴대폰, 웹 서버, 네트워크 접속 기기 등 혁신적인 제품 등장의 길을 열며 반도체산업의 불문율로 통했던 ‘무어의 법칙’ 효력이 한계에 이르렀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이 최근 일제히 보도했다.
‘무어의 법칙’은 미국 반도체 기업인 인텔의 공동 창업자 고든 무어가 지난 1965년 4월 기고문을 통해 언급한 이론이다. 하나의 칩에 탑재되는 반도체 집적량이 18개월마다 두 배로 증가한다는 법칙이다.
‘무어의 법칙’의 효용론이 도마에 오른 배경에는 반도체 칩 가격은 계속 떨어지는 반면, 개발 비용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최신 칩의 회로폭은 14나노미터. 여기서 더 진전되지 않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인터내셔널 비즈니스 스트래티지에 따르면 최신형 반도체 칩을 디자인하고 테스트하는 과정에 투입되는 비용은 평균 1억3200만 달러(약 1426억8000만원)로 직전 모델 개발 비용보다 약 9% 늘었다. 반도체 칩의 소형화로 개발 과정에서 새로운 공정이 추가되면서 개발 비용이 증가된 것이다.
이에 업체들의 반도체 칩 개발을 독려하고, 하나의 기준이 됐던 ‘무어의 법칙’이 기술의 고도화와 비용 부담 현상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무용지물이 된 셈이다.
글로벌 기업인 IBM의 경우 지난해 100억 달러 규모의 신형 반도체 칩 제조공장 설립 계획을 접었다. 대신 반도체 제조 하청업체에 15억 달러를 지불해야 했다. 최신형 제품을 기획하는 단계에서 비용절감에 무게를 둔 것이다.
WSJ는 “기업들은 ‘무어의 법칙’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지금까지의 속도를 유지하는 데는 어려움을 느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