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쿠바의 정상회담이 59년 만에 이뤄졌다. 첨예하게 대립하던 동서냉전 시대의 유물이 마침내 해소로 향하는 역사적 전환점을 맞았다는 분석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은 지난 11일(현지시간) 미주기구(OAS) 정상회의 참석차 방문한 파나마에서 역사적인 회동을 했다.
양국의 대립은 동서냉전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1989년 냉전 종결과 1991년 소련의 붕괴로 쿠바는 더이상 미국에 위협이 되지 않았다. 역사의 고비에서 반세기 늦게 드디어 냉전 유물의 청산이 시작됐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평가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12월 쿠바와 국교 정상화 방침을 표명했다. 이번 회동으로 지난 1월부터 시작된 양국 국교 정상화 협상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쿠바의 테러지원국 지정을 해제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대쿠바 송금액 상한선 상향과 여행 해금 조치와 수출 허용 품목 확대 등의 조치가 잇따를 전망이다. 그러나 미국에서 공화당을 비롯해 여전히 쿠바와의 외교정상화를 반대하는 세력이 많아 길은 평탄치 않다.
오바마가 쿠바와의 관계 개선을 서두르는 배경에는 중국이 있다고 신문은 풀이했다. 니카라과가 지난해 중국 기업의 힘을 빌려 태평양과 카리브해를 잇는 새 운하건설을 시작하는 등 중국이 급속도로 중남미에 접근하고 있어 미국이 조바심을 느낀다는 것이다.
이번 회담을 주도한 것은 미국이다. 임기가 2년 남은 이 시점 레임덕에 고민하는 오바마 대통령은 쿠바와의 관계 정상화를 자신의 성과로 남기고 싶어한다. 이는 1972년 2월 중국을 방문한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을 떠올리게 한다.
아울러 햇볕정책으로 미국의 국익을 지키기 위한 의도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과 중국의 부상, 북한 핵개발 등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돌파구를 찾으려 한다는 것이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등 두 곳에서의 전쟁과 글로벌 금융위기로 미국 운신의 폭도 더욱 좁아졌기 때문에 단교와 제재가 아니라 정치와 경제적 개방으로 민주화와 자유화를 촉진하겠다는 의도다.
중남미 국가 대부분이 미국과 쿠바의 관계 정상화를 환영하고 있다. 역내 긴장이 해소되면서 미주 전역에서 협력이 강화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 다만 에콰도르와 산유국 베네수엘라는 여전히 반미 행보를 버리지 않아 변수로 남아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