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일본의 가공식품 업계가 체질 개선을 위해 잇따라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4일 보도했다. 소비세율 인상 후 서민들의 절약 의식이 강해지면서 심각한 판매 부진을 겪고 있는 가운데 구조조정을 통한 인건비 절감도 불사할 태세다.
신문에 따르면 재팬 프리토레이의 인기 제품인 ‘마이크 팝콘 버터 간장맛’ 가격은 지난해 1년간 1.0% 하락했다. 이에 회사는 올여름까지 이바라키현의 고가시 공장에 3억 엔을 투자해 인력으로 하던 포장 공정을 자동화한다고 밝혔다.
유제품 대기업인 메지지도 인기 상품인 ‘메이지 요구르트 R-1 드링크 타입’ 판매 가격이 1년새 0.8% 하락함에 따라 작년 12월에 가동한 신아이치공장에서 생산하는 페트병 용기 두께를 얇게 해 플라스틱 원료 사용량을 20% 줄였다.
스낵업체 가루비는 스테디 셀러 ‘감자칩 포테이토칩스 덜 짠 맛’의 판매 가격이 3.8%나 떨어져 기간 한정품 가격을 적정 수준으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식용유와 포장재 등의 조달 비용이 상승하는 가운데 인기 제품의 가격을 올리면 소비자들의 반발이 뻔하다”며 “당장의 가격 인상은 피하는 대신 기간 한정품에 대해서만 비용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제분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자조 노력으로 감당할 수 있는 선을 넘어섰다”며 거래업체에 인상된 원료값만이라도 반영하게 해달라고 선처를 요구했지만 소매업체들이 PB 제품을 내세우는 통에 이 마저도 쉽지 않다고 호소했다.
이처럼 가공식품 업계가 어려움을 호소하며 가격 인상에 나선 건 금융위기 발발 직전인 2007년경이다. 당시와 현재가 크게 다른 점은 소비자들 사이에 침투한 PB의 존재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연간 17조 엔에 이르는 일본 가공식품 시장에서 PB는 3조 엔 규모에 달하고 있다. 소매업체들이 PB를 앞세우고 있어 일부 원료업체는 거래조건을 들어주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다 작년 4월 소비세율이 종전의 5%에서 8%로 인상된 후에는 소비자들의 절약 의지가 더 강해지면서 업계를 옥죄고 있다. 이온과 세이유 같은 대형마트들은 고객을 끌기 위해 제살깎아먹기식의 가격 경쟁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대형마트들도 고민은 있다. 인기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이 민감하기 때문에 일단 내린 판매 가격은 쉽게 올릴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유통업계는 더 싸게 팔기 위한 자구책을 모색하고 있다. 이온은 일본화물철도(JR화물)와 손잡고 작년 12월부터 가와사키, 글리코, 네슬레 일본 등 4개사의 화물을 납품받기 위한 전용열차 운행을 시작했다. 회사는 도쿄-오사카 간 등 핵심 물류화물 운송에서 철도 운송으로 전환해 상당한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슈퍼마켓에서도 판매 가격을 억제하기 위해 인건비를 줄이려는 노력이 잇따르고 있다. 라이프코퍼레이션과 야오코 등 유명 슈퍼마켓들은 육류 가공 및 반찬 조리 등의 작업을 교외의 가공센터로 통합키로 했다. 매장 내에서 이뤄지는 작업을 줄여 인건비를 억제하고 제품 품질을 안정시키기 위함이다.
신문은 일본 정부가 디플레이션 탈피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소비 침체가 계속되고 있어 가격 인상이 받아들여질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흥국의 수요 증가 등으로 원자재 가격은 앞으로도 고공 행진이 지속될 전망이어서 제조업계와 소매업계에는 추가적인 비용 절감이 요구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