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10만명의 탈세를 도운 사실이 발각돼 곤경에 처한 HSBC 은행의 스튜어트 걸리버 최고경영자(CEO)가 “우리에게 요구되는 기준에 때때로 부응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13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걸리버 CEO가 임원들에게 보낸 메모를 통해 은행의 스위스 프라이빗뱅킹(PB) 사업부가 탈세를 방조했다는 사실에 대해 ‘고통스러운 혐의’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 8일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HSBC의 PB 사업부에서 전산직으로 일한 에르브 팔치아니(43)의 제보를 바탕으로 HSBC의 탈세 방조 사실을 언론에 공개한 뒤 처음으로 한 발언이다.
걸리버 CEO는 “탈세에만 중점을 둔 보도가 나가면서 일을 바로잡으려는 우리의 노력을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한다는 직원 여러분의 걱정에 공감한다”며 언론이 전후 사정을 함께 보도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팔치아니가 퇴사한 지 8년이 지났다는 점을 강조하며 “언론이 주목하는 유명인들 대다수는 더는 고객이 아니다”며 “(유출된 명단에는) 한 번도 고객이었던 적이 없는 사람도 있다”고 해명했다.
ICIJ는 HSBC가 왕실인사, 공무원, 무기상, 독재자 등 전 세계 10만여 고객의 자금 1000억 달러(약 109조5500억원)를 관리하며 대규모 탈세를 방조했다고 폭로했다. 이 가운데 한국인 명의로 된 계좌는 20개로 그 규모는 2130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탈세 방조와 관련해 HSBC는 미국, 영국, 프랑스, 벨기에, 아르헨티나, 인도 사법 당국의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