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기업의 대규모 대중국 투자가 이뤄지면서 얼어붙었던 중·일 관계에 해빙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일본 이토추상사가 태국 차로엔폭판드(CP)그룹과 공동으로 중국 메이저 국영기업인 중신그룹 산하 중국중신에 1조 엔(약 9조2000억원)을 출자하기로 하고 최종 조정에 들어갔다고 20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이토추와 CP그룹은 각각 절반씩 출자한 특수목적회사를 통해 홍콩증시 상장사인 중국중신에 연내 출자한다. 출자 비율은 중국증신 지분의 약 20%가 될 예정이다. 이토추에 의한 5000억 엔 출자는 일본기업의 대중국 투자 사상 최대 규모라고 신문은 전했다.
중국중신은 중신그룹 산하 지주회사로 은행과 증권 부동산 자원개발 등 20개 핵심 기업을 거느리고 있다. 이번 투자 배경에는 국영기업 개혁을 가속화하려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의도가 깔려 있다고 신문은 풀이했다. 경기둔화의 늪에서 허덕이는 중국 경제를 다시 살리고자 중신그룹을 선례로 삼아 국영기업을 외국에 개방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경영노하우를 흡수하고 자본 효율성을 높일 목적이다.
지난 수년간의 양국 관계 악화로 지난해 일본기업의 대중국 투자는 약 5060억 엔으로 2년 연속 감소했다. 이번 이토추와 CP그룹의 출자를 통해 시진핑 지도부가 정체된 일본의 대중국 투자 회복 실마리를 찾으려는 의도도 있다는 평가다.
양국 지도부가 개선을 모색한 것도 이번 출자에 순풍이 되었다는 평가다. 처음 출자 구상이 본격화한 지난해 7월은 양국 외교당국이 정상회담 실현을 위해 물밑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던 시기와 일치한다. 지난해 11월 베이징에서 시 주석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정상회담을 열었을 당시 중신그룹은 일찌감치 출자를 받기로 하고 이토추와 CP그룹에 결단을 거듭 촉구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또 출자가 성사된 데는 이토추가 지난해 7월 자본·업무 제휴를 맺었던 CP그룹의 타닌 찌얀와논 회장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화교 출신은 타닌 회장은 태국 최대 부호이며 시진핑 주석 등 중국 지도부와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토추와 CP그룹은 이번 출자를 통해 중국 내 외자 규제가 엄격했던 자원개발과 물류망 정비, 부동산 개발 등의 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전자상거래 등 금융서비스도 염두에 두고 있으며 출자 비율에 따른 배당 수익도 얻을 수 있게 됐다.
한편 중신그룹은 주력사업 대부분이 자국 내에서 이뤄지고 있어 해외진출이 늦어지고 있는데 이토추와 CP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식량 유통과 자원 개발 등의 분야에서 아프리카와 중남미 등 신흥시장을 개척할 수 있게 됐다고 신문은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