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시드니 도심 카페에서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 국가’(IS)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인질극이 발생했다. 괴한은 토니 애벗 호주 총리와의 면담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호주 국영 ABC방송 등 현지 언론은 15일 오전(현지시간) 시드니 시내 금융중심가인 마틴플레이스의 린트 초콜릿카페에 IS 지지자로 추정되는 무장괴한이 침입, 20여 명의 손님과 종업원들을 인질로 붙잡고 있다고 보도했다.
괴한은 총기를 소지했으며, 인질들에게 IS 깃발이 밖에서 보이도록 카페의 유리창에 깃발을 들고 서 있으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현지 보도방송 화면에 유리창에 깃발을 들고 서 있는 인질들의 모습이 속속 포착되고 있다.
특히 인질 중에는 이 카페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는 한국 교민 여대생 배 모씨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이 발생하자 호주 경찰은 마틴플레이스 인근 도로를 폐쇄하고 중무장한 경찰 인력을 주변에 배치,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으며 시드니 도심을 오가는 항공편의 운항도 통제됐다.
이 괴한은 토니 애벗 총리와의 면담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종합일간지 더가디언은 호주 방송인 레이 해들리의 방송 코멘트를 인용해 “인질극을 벌이고 있는 괴한이 애벗 총리와 대화하는 것을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후 애벗 총리는 성명을 통해 “뉴사우스웨일스(NSW) 마이크 베어드 주총리와 연락했으며, 모든 지원을 다하라고 전했다”고 밝혔다.
한편, 같은 날 오전 시드니의 관광명소인 오페라하우스에서도 폭발물로 의심되는 물체가 발견돼 사무국 직원과 관광객들이 긴급 대피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호주 정부는 지난 9월 테러경보를 ‘높음(High)’으로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이는 지난 2003년 호주가 4단계로 이뤄진 테러경보 체제를 도입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호주는 무슬림 이민자가 급증하고 있으며 최근 IS에 호응하는 자생적 테러리스트들이 늘어나 테러위험국으로 간주됐다. 호주의 무슬림 수는 지난 2001년 28만1600명에서 2011년 47만6300명으로 늘어났다. 호주 전체 인구 중 약 2.2%가 무슬림이다.
호주 정보국 출신의 클라이브 윌리엄스 호주국립대학 법학과 방문교수는 “테러범들이 대중의 관심을 최대한 많이 끌려고 한다”며 “호주는 좌절한 사람이 매우 많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벽에 부딪힌 이민자들이 IS와 같은 극단주의자들의 주장에 끌리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