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니버터칩 보다 귀한 '레종'?

입력 2014-12-01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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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ㆍ편의점 마다 사재기...인기 제품 벌써 품귀

▲서울 마포구 동교동 파이브스토리에서 직원이 상품을 정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회사원 안철민(38ㆍ가명)씨는 아침 출근길에 평소 피웠던 담배 ‘레종블루’를 사려고 근처 편의점에 들렀지만 허탕을 쳤다. 대신 그는 레종과 비슷한 류의 ‘더원’을 구입할 수 밖에 없었다. 안씨는 “편의점 주인이 담배값 인상으로 일부 인기 제품이 동이 났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남들처럼 평소 피우는 담배를 미리 사둬야 하는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회사원 김민서(39ㆍ가명)씨도 지난 주말 이마트에 들러 담배를 한 보루 구입하려 했지만 늘어서 있는 긴 줄에 당황했다. 그는 “담배를 구입하려 고객센터 쪽으로 발길을 돌렸는데 값이 오르기 전에 담배를 사려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며 “이러다가 허니버터칩보다 담배 사기가 어려워지는 거 아니냐”고 허탈해했다.

지난 28일 여야가 담뱃값을 현재보다 2000원 올리는 데에 합의했다. 이 때문에 지난 주말 편의점 등에서는 애연가들이 한꺼번에 몰리며 한바탕 전쟁을 치렀다. 인상폭이 확정되자 지난 9월 이후 주춤했던 담배 사재기가 다시 극성을 부리기 시작한 것.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대형할인점들은 28~30일 평소보다 20~30% 가량 담배 판매가 늘어났다고 자체 집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담배 판매량이 많은 편의점들은 손님들과 실랑이를 벌이느라 주말 내내 진을 뺐다. 1인당 1~2 보루로 구매를 제한했지만 평소 한 두값씩 사던 흡연자들이 제한폭을 넘어 구입하려고 나서면서 매장 직원들과 말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한 편의점 아르바이트 학생은 “무조건 담배를 많이 달라는 손님들에게 양해를 구하느라 진땀을 뺐다. 어떤 사람은 10보루를 한꺼번에 팔라고 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편의점 본사는 사재기 국면에 들어선 12월 동안 적극적으로 판매량을 조절할 방침이다. 사재기로 인해 미끼 상품이자 매출 비중이 높은 담배가 떨어지지 않도록 관리에 나선 것이다.

한편 가격인상 전 담배를 가급적 많이 사두려는 애연가들이 늘어나면서 사재기에 대한 법적 처벌기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담배 사재기는 담배의 제조·수입판매업자, 도매업자, 소매인이 담배를 정상적인 소요량보다 과다하게 반출·매입한 뒤 폭리를 목적으로 반출·판매를 기피하는 행위를 말한다. 따라서 일반 개인 소비자의 경우 영리 목적만 아니면 얼마든지 담배를 보루로 살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제조·수입판매업자의 경우 월 반출량이 지난 1~8월 평균 반출량(3억5900만갑)의 104%(3억7300만갑)를 초과하면 담배 사재기 벌금을 물게 된다. 도매업자와 소매인 역시 이 기간동안 평균 매입량의 104% 이상 담배를 구매하면 처벌을 받는다. 이들이 정당한 사유 없이 담배 반출·판매를 기피할 경우 이 역시 처벌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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