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IT업계의 인수ㆍ합병(M&A)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 이러한 열풍이 포스트닷컴 시대 이후 정점에 도달했다는 평가와 함께 당분간 IT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13일(현지시간) 투자전문매체 마켓워치가 보도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언스트앤영(EY)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중 IT 기업들의 M&A 가치 총액은 737억 달러를 기록, 전분기대비 41%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4% 늘었다. M&A 성사 숫자로 놓고봐도 942개를 기록, 2000년 이후 14년 만에 가장 많았다. 인수금액이 10억 달러를 넘는 ‘빅딜’도 19차례나 성사, 1개 분기 기록으로는 역대 최대치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러한 빅딜은 실리콘밸리에서도 내로라하는 IT공룡 기업들 중심으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IBM이 반도체 칩 사업부분을 글로벌파운드리에 15억 달러에 매각, 아마존 닷컴이 10억 달러에 인터넷 비디오채널 트위치를 인수한 것이 지난 3분기 대표적 빅딜이었다. 전날에는 야후도 6억4000만 달러에 동영상 광고서비스 업체 브라이트롤을 인수하면서 IT 빅딜 열기에 동참했다. 구글 역시 영국 인공지능 업체 2곳을 사들였고 마이크로소프트(MS) 25억달러를 투입해 인기 게임 ‘마인 크래프트’제작사인 모장을 인수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M&A 바람이 한바탕 IT 업계 전반을 휩쓴 기술적 변화 이후 나타난 것이란 점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IT 트렌드는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다. IT 흐름이 급속도로 클라우드 컴퓨팅과 모바일로 옮겨지면서 기존 사업방식은 물론 개인정보 저장 방식이 달라지는 가하면 대중화와 거리가 멀것만 같았던 인공지능과 가상현실기술은 엔터테인먼트가 소비되는 방식으로 소비자들 일상생활에 파고들고 있다. 여기에 사물인터넷이라는 개념이 도입되면서 인터넷으로 모든 것이 연결되는 등 이용자의 라이프스타일까지 바꾸고 있다.
제프 리우 EY 글로벌 기술분야 자문서비스 그룹 대표는 “25년간 IT업계에 종사하면서 지금과 같은 역사적인 순간은 없었다”면서 “일각에서는 과거 닷컴 버블 붕괴와 같은 일을 우려하고 있지만 지금은 분명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1990년 후반에는 지금과 같이 인터넷의 장점을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가 부족했다”면서 “지금 IT 업계 성장세는 그 때보다 훨씬 더 실현가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중국과 일부 라틴아메리카 국가와 같은 신흥시장 중산층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시장이 개방되고 있어 성장의 기회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고 전망했다.
IT 업계 임원들도 향후 M&A 시장에 낙관적인 입자을 견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Y가 163명의 IT업게 임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75%가 향후 12개월 내 글로벌M&A 시장이 지금보다 더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