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Alibaba, 阿里巴巴)가 연일 화제다.
미국 증시에 깃발을 꽂으면서 243억달러의 자금을 끌어 모은데 이어 지난 11일(현지시간) 중국인들의 축제였던 독신자의 날, 이른바 광군제(光棍節)에만 93억4000만달러(10조2300억원)이라는 사상 최대의 매출을 기록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기업공개(IPO) 카드도 꺼냈다. 바로 결제 서비스 자회사 알리페이(Alipay)가 주인공이다. 자금이 모자라서라기보다는 그동안 국가의 주도 하에 있던 금융 서비스업을 본격적으로 개혁해 보겠다는 입장. 아직은 안착보다는 부단한 성장을 추동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 광군제, `세계인의 쇼핑 시즌`?
광군제는 사실 알리바바가 `키운(?)` 날이다. 지난 1993년 솔로를 뜻하는 `1`이 네 번이나 들어가는 날이라고 학생들이 자기들끼리 즐기자고 만든 날이었는데, 알리바바가 2009년 "솔로들끼리 선물을 주고받으라"는 마케팅을 입힌 것. 그런데 이것이 주효했다.
그리고 올해 광군제에는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추수감사절 다음 날)와 사이버먼데이 매출을 합한 것보다 많은 매출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알리바바가 이렇게 엄청난 매출을 올렸던 건 이날 중국인뿐 아니라 전 세계 소비자들이 다 모여들었기 때문이었고, 이들을 끌어들인건 대대적인 할인 정책이었다. 총 거래액(GMV)을 가능한한 많이 끌어올리겠다는 목표가 확실히 있었기 때문. GMV는 투자자나 애널리스트들 모두 전자상거래 업체의 성장성을 보는 데 있어 매출보다 중요한 잣대가 된다. 시장을 얼마나 장악하는 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래된 금액과 실제 들어오는 대금은 차이가 클 수 있다. 환불 등이 있기 때문. 투자사 J 캐피탈 리서치의 앤 스티븐슨-양 공동 창업자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전자상거래가 과연 이렇게 극적으로 늘어날 수 있는 것인지 의심이 된다"면서 "실제로 얼마의 판매대금이 들어왔는 지를 알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 알리페이 IPO 의미는.. 금융서비스업 선점 시도
마윈(馬雲) 알리바바 그룹 회장은 또 하나의 깜짝 카드를 내놨다. 바로 결제 서비스 자회사인 알리페이의 IPO를 추진한다는 것이었다.
마윈 회장은 CCTV와의 인터뷰에서 "알리바바는 중국 본토 증시에 상장하지 않았지만 알리페이에는 그럴 기회가 있다"고 밝혔다. 상장 시점은 밝히지 않았다. 이 내용은 CCTV의 웨이보 계정에 실렸다.
차이충신(蔡崇信) 부회장은 또다른 인터뷰에서 알리페이가 소속돼 있는 알리바바의 금융 지주사 안트 파이낸셜 서비스 그룹 자체를 상장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역시 본토 증시 상장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안트 파이낸셜의 최고경영자(CEO)인 펑레이(彭蕾, Lucy Peng)는 "안트 파이낸셜의 상장 계획은 아직 구체화된 것이 없다"고 한 것이 번복된 셈.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안트 파이낸셜, 혹은 알리페이의 상장은 알리바가가 국가가 하는 사업으로 제한했던 금융 서비스 산업을 바꿔보려는 시도를 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차이충 부회장이 FT와 가진 인터뷰에서 "금융 서비스와 헬스케어 등은 전자상거래에 비해 매우 구식에 머물러 있는 산업"이라면서 이런 의도를 내비쳤다. 그는 또한 "알리페이를 통해 뮤추얼펀드, 보험 상품 등을 패키지로 판매하고 소액 대출 사업 등을 벌이면서 중국인들이 투자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매우 좁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