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경제, 동남아 유일하게 팬데믹 이전 수준 회복 못해
극심한 빈곤, 어린이들에 깊은 상처
“작은 상처도 치료 못해 절단 경우도
극심한 빈곤에 학교 못 다니는 아이 부지기수”
미얀마 양곤에 사는 한국인 Y씨(30·여성)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미얀마 현지 아동들을 ‘길 위의 아이들’이라고 칭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아이들이 주차장에 혼자 다니는 것도 위험하다고 하지만 이곳에서는 차가 쌩쌩 달리는 차도에서 꽃을 팔거나 구걸을 하거나 앉아 쉬면서 노는 아이들이 셀 수 없이 많다”며 “이 아이들은 어두운 밤에 찻길에서 놀기도 하고, 늘어진 고압전선에 걸터앉아 그네를 타기도 하며, 오물이 가득한 바닥에 바지도 없이 주저앉아 남이 주는 음식과 물로 살아간다”고 설명했다.
미얀마 경제는 2021년 발생한 군사 쿠데타 이후 극도로 위축됐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미얀마 경제는 현재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유일하게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 수준의 활동을 회복하지 못했다. 최근 1~2%의 미미한 성장률로는 2021년 군부 쿠데타가 초래한 두 자릿수 경제 위축을 회복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미얀마 경제는 2019년 대비 약 10%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쿠데타 군사정권과 반군 간 내전이 격화하면서 300만 명 이상의 난민이 발생했다. 빈곤율은 32.1%를 기록해 2015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또 빈곤율이 심해지면서 교실 밖을 떠도는 청소년도 늘어났다. 코로나19와 쿠데타가 잇따라 터지면서 3년가량 학교가 폐쇄됐었는데, 이때 학교를 떠난 아이들이 가난 때문에 교실로 돌아가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10대 때부터 일하게 되면 기껏해야 봉제공장이나 노상에서 일하는 경우가 대다순데, 미성년자라 일당도 잘 못 받고 위험한 상황에 놓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일찍부터 생업에 내몰려 제대로 된 직장을 갖지 못한 채 가난의 굴레에서 쳇바퀴를 돌리게 되는 셈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내전으로 인한 난민이 늘어나면서 학생들의 상황은 더 나빠졌다. 피란길에 오른 주민 행렬로 학생 수가 많아지면서 학교가 더는 학생을 받아주지 못하거나, 가뜩이나 부족한 학교 인프라 문제가 더 심화하면서 열악한 환경에서 공부해야 하는 학생들이 늘어났다.
Y씨는 “미얀마는 과거에도 힘들었다고 하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서로 영차영차 하고 도와주며 사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최근에는 사는 게 너무 팍팍해지고 군부에 대한 저항이 실패하면서 패배감과 무력감이 심해지고 분노가 쌓이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특히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아이들은 가장 무시당하면서 하루빨리 삶의 무게를 져야 하는 압박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며 “아이들이 아이답게 살 기회가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국은 세계 곳곳의 이러한 문제로부터 동떨어진 곳으로 여겨지곤 하지만, 지정학적 갈등이 국가와 대륙을 가리지 않고 확산하는 상황에서 더는 그저 남일로만 치부할 수는 없게 됐다. 아울러 한국도 규제 사각지대 속에서 가정 폭력으로 고통에 빠진 어린이들이 많다.
이에 본지는 한 주간 전 세계 아동이 겪는 학대와 피해를 집중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군사 쿠데타로 얼룩진 미얀마와 여기에 빈곤, 기후변화까지 맞물린 아프리카,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가자지구 전쟁을 겪는 팔레스타인에 거주 중인 현지인들의 목소리를 통해 아동학대의 실태와 해결 방법을 살펴본다.
한국에 대해서는 아동 학대와 가정 폭력을 막을 수 있는 중요한 수단 중의 하나인 아동 학대 의심사례 신고자 보호가 유명무실하게 된 이유를 짚어보고 이에 대한 해법을 모색해본다.
순서
① 미얀마: 쿠데타 이후 3년 반…길 위로 내몰린 아이들
② 아프리카: 미래 울리는 학습 빈곤…폭염·빈곤·쿠데타에 심해지는 교육 격차
③ 팔레스타인: 영안실 트라우마에 냉장고도 못 여는 아이들
④ 우크라이나: 전쟁 속 아이들 목소리를 담는 사람들
⑤ 한국: 갈 길 먼 아동 인권…사회는 ‘선진국’, 가정은 ‘후진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