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년새 용종 보험 청구 사례 10만 건 늘어
일각에선 백내장, 무릎줄기세포주사 처럼 보험사기 유행템 우려도
최근 가짜 용종을 절제하고 적게는 수십, 많게는 수백만 원에 달하는 보험금을 편취하는 보험사기가 유행을 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건강검진 시즌을 맞아 일부 조직만 떼어냈는데 마치 용종을 절제한 것처럼 속여 보험금을 청구하는 의심 사례가 늘고 있어서다. 최근 백내장 수술, 무릎 줄기세포 주사 등과 같이 용종 절제도 일종의 보험사기 ‘유행 아이템’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은 용종보험에 대해 예의주시한 뒤 피해사례가 확산될 경우 조사에 들어갈 수 있다는 입장이다.
1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실이 생명보험협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용종 관련 보험금 청구 건수는 2022년 58만4234건에서 지난해 68만6790건으로 1년 새 10만2556건 급증했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는 55만9254건으로 집계됐다. 연말 건강검진 시즌이 지나면 올해 70만 건이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건당 지급금액도 높아졌다. 2년 전 36만9000원에서 올해 39만5000원으로 오르면서 40만 원에 달했다. 최근 핀테크 사에서 용종 절제에 대해서만 보장하는 미니보험인 용종 보험의 비교·추천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가입자도 자연스럽게 느는 추세다.
문제는 이를 악용하는 의심 사례가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의사와 보험 설계사들이 조직만 떼어내고도 용종 절제 수술을 한 것처럼 꾸며 소비자가 보험금을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것.
여러 개의 병변이나 종양을 절제하는 내시경점막절제술(EMR, Endoscopic Muscosal Resection)을 해놓고 용종 절제 수술을 한 것처럼 꾸며 의료보험을 청구하는 방법도 쓰이고 있다. EMR의 경우 의료보험에서 한 번의 시술에 대해서만 보험금을 지급하기 때문이다.
합병증과 같은 문제가 생기지 않는 이상,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보험사 등이 실제 의료 행위를 일일이 확인할 수 없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이런 편법으로 건강보험에 대한 청구가 이뤄질 경우 사적 보험금 지급도 가능해진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제보와 보험사 보고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용종 절제를 하지 않고도 수술한 것 처럼 꾸며 보험금을 편취하는 사례에 대해 인지하고 있고,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사람의 용종 사진을 사용해 보험금을 청구하는 의심 사례들이 많다”면서 “정확히 누구의 사진인지를 입증할 수 있어야 수사가 가능하지만, 현재 체증에 어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과도한 보험금 지급도 문제다. 온라인 보험 커뮤니티에서는 용종 절제 보험금을 노린 편법이 공유되고 있다. 일부 보험 설계사들은 “저는 (용종을) 뗄 때마다 540만 원씩 나와요”, “제 고객분들은 (용종절제술 후) 300만 원 이상 받아가세요”라며 비슷한 수준으로 보험금을 받을 수 있게 상품을 설계해주겠다며 홍보하고 있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처럼 보험금을 과도하게 높여 상품을 기형적으로 설계하면 보험료도 그만큼 증가하다 보니 보험계약자는 본전 욕심에 보험사기 유혹에 빠질 수도 있다”며 “보험 소비자도 보험사기에 가담할 경우 형사 처벌을 받을 수도 있는 만큼 연루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