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기찬(54) 삼성카드 사장이 3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 ‘열정락(樂)서’ 강연자로 나서 사고방식과 생각을 바꾸면 열정이 생기고, 재능이 따라붙는다는 ‘긍정열정‧재능’의 성공방정식을 제시했다. 원 사장이 열정락서 강연을 한 것은 이번이 여섯 번째다. 삼성 최고경영자(CEO)로는 가장 많이 한 셈이다.
3000여명의 대학생 앞에서 선 원 사장은 원하지 않던 업무를 맡고 고민하던 신입사원이 결국 CEO 자리에 오르기까지의 경험담을 들려주었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취업을 고민하던 그는 당시 대학생 사이에서 인기 좋은 삼성물산의 해외영업부 근무를 희망하며 삼성그룹에 지원했다. 하지만 1984년 삼성 입사 후 정작 배치 받은 곳은 삼성전자 인사팀이었다. 인사업무는 꿈조차 꾸지 않았던 그에게 ‘멘붕’ 그 자체였다.
당시 보고서는 주로 손으로 썼는데 타고난 악필이던 그는 보고서를 올릴 때마다 상사에게 혼나는 일이 비일비재했고 나중에는 좌절감도 느꼈다. ‘하루빨리 퇴사하고 싶다’는 마음이 굴뚝같았던 시절이었다.
“관점을 바꾸면 성공의 길이 보입니다.” 그는 “회사는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으니 이왕 하는 것 제대로는 해보고 그만두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남들보다 늦게 퇴근하고 주말에 혼자 나와 공부하니 기존 제도와 관행에 빈 구멍이 보이기 시작했고 바꿔보자는 오기가 발동했다는 것이다.
결정적으로 그의 인생에 ‘약’이 된 것은 ‘승진제도 개선작업’이었다. 대학 때 배운 통계학 지식을 활용해 승진제도 개선작업을 기획했고 입사 2년 차에 제안한 내용이지만 하루 만에 사장 결재까지 받아냈다.
그것이 초석이 돼 그는 30년 가까이 인사업무에 몸담을 수 있었고 지난해 12월부터는 삼성카드의 CEO가 돼 회사 경영 전체의 혁신을 이끌고 있다.
그는 참석자들에게 스펙 한 줄 더 쌓는 데 연연하기보다 이 일을 ‘왜’ 하는지를 깊게 고민하고 긍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인성을 키우는 데 힘쓰라고 조언했다.
그 역시 소위 말하는 명문대 출신도 아니고, 자격증 하나도 없는 사람이지만 지금 이 자리까지 올랐다고 했다.
강연이 끝날 무렵 원 사장은 “앞으로 (물병에) 긍정의 사고, 열정, 재능을 채울지 아니면 부정적 사고, 무관심, 좌절의 공허함을 채울지는 여러분의 선택”이라고 말한 뒤 “이 물병이 인생에서 ‘생명수’가 됐으면 좋겠다”라며 참가자 전원에게 투명 물병을 깜짝 선물로 전달했다.
이 시대 청춘의 고민을 나누고 격려한다는 취지로 시작한 삼성 ‘열정樂서’는 2011년 10월부터 지금까지 18개 도시에서 총 74회(광주편 포함), 25만명이 참여한 대한민국 대표 토크콘서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