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억원대 횡령·배임·탈세 혐의로 기소된 이재현(54) CJ 회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범 삼성가에서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하는 등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유산상속 소송 으로 그동안 사이가 틀어졌던 삼성과 CJ가 그룹 수장 이건희 회장의 장기입원과 이재현 회장의 선고를 앞두고 건강 문제가 불거지면서 해빙 무드로 돌아선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다.
특히 삼성가의 장손인 이재현 회장 선처를 위해 삼성과 신세계, 한솔 등 범 삼성가가 한 목소리를 내자 삼성과 CJ그룹 관계자들은 진의 파악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의 부인 홍라희 리움미술관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명희 신세계 회장,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 등이 지난 19일 서울고법 형사10부(권기훈 부장판사)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탄원서를 낸 명단에는 이건희 회장의 둘째형인 고 이창희씨의 부인 이영자씨, 차녀 숙희씨, 3녀 이순희씨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탄원서에는 이 회장이 예전부터 건강이 좋지 않았고, 지금의 상태로는 수감생활을 견뎌낼 수 없으니 선처를 해달라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그룹 총수의 부재로 중요한 의사 결정을 하지 못하고 투자 타이밍을 놓쳐 CJ그룹 경영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상황도 고려해달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삼성그룹 관계자는 “오너 일가의 사안인 만큼 자세한 내용은 확인할 수 없지만, 투병 와중에서 수감생활을 하고 있는 집안의 장손인 이재현 회장을 살려야겠다는 심정에서 탄원서를 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J그룹도 이번 탄원서 제출에 모처럼 반색했다. 그룹 관계자는 “가족간의 일이라 아직 확인이 되지 않고는 있지만 만일 사실이라면 이 회장의 건강을 염려한 부분에 대해 그룹 측은 고마울 따름"이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화해의 분위기로 바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과 CJ는 2012년 이재현 회장의 부친인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이 동생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유산 소송을 제기한 이후 갈등을 빚어왔으며, 삼성 직원의 이재현 회장 미행, 고 이병철 회장 선영 출입문 사용 문제 등을 놓고 지속적으로 다툼을 벌여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