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쯤은 먹어봤을 구충제. 이를 우리나라에서 처음 개발한 곳이 신풍제약이다. 올해로 52번째 생일을 맞은 신풍제약은 1970년대부터 구충제 특허를 토대로 빠른 성장을 거듭했다. 이 회사는 현재 270여종의 의약품을 생산하는 국내 14위 제약사로 올라섰다. 특히 2011년 세계보건기구(WHO)와 빌게이츠가 세운 게이츠 재단(MMV)과 공동으로, 치료율 99.9%를 자랑하는 말라리아 치료제 ‘피라맥스정’ 개발에 성공, 20개 밖에 없는 토종신약 목록에 16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이에 그치지 않고 최근 신풍제약은 연구개발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다. 연구개발에 투입하는 비중을 기존 5%에서 지난해 7%로 늘리고 올해는 10%까지 올렸다. 지난해에는 연구원 출신인 유재만 대표를 신임 CEO로 전격 임명하기도 했다. 연구개발에 강력한 동력을 넣기 위해서다.
유 대표는 연구개발만이 살 길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제네릭(복제약) 중심으로 시장 나눠먹기에 몰두해온 국내 제약시장에서는 특히 더 중요하다는 게 유 대표의 설명이다.
“이미 우리나라 제약시장은 글로벌화가 됐다고 봐야합니다. 국내 시장에서 글로벌 의약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40%가 넘어섰어요. 우리도 글로벌화를 해야하는데, ‘미투 드러그’로는 승산이 없습니다. 잠깐 버틸 순 있겠지만, 고만고만한 로컬 기업으로 남을 수 밖에 없는 운명이죠. 이런 회사는 조만간 시장에서 퇴출될 것입니다. 즉 남이 만들지 못하는 약을 개발해야만 한다는 의미죠.”
하지만 국내 제약사의 매출 규모로는 신약개발에 적극적으로 뛰어 들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길리어드 등 세계 최대규모 글로벌 제약사가 신약개발에 들이는 비용은 보통 10억~20억 달러(한화 1조~2조원)에 달한다. 임상 도중 개발에 실패하는 의약품까지 합하면 사실상 3조~4조원은 투입된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투자금액은 고사하고, 아직 매출 규모로도 1조원을 달성한 제약사가 없는 국내 실정상 이러한 연구개발은 불가능하다. 이에 유 대표는 현실을 인식하고 우리 만의 연구개발 모델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업 혼자 힘으로 글로벌 블록버스터급 신약을 개발하기는 대단히 어렵습니다. 학계, 정부, 연구기관이 모두 힘을 합쳐야해요. 학계가 원천기술을 제공하고, 정부출연기관과 기업이 이를 발전시켜 신약을 개발하는 구조가 돼야 합니다. 정부는 신약개발에 따르는 자금적인 위험을 투자 형태로 함께 부담해주는 것이죠. 이것이 우리나라에 맞는 제약 산업 연구개발 모델입니다.”
유 대표는 산·학·연·관 합작투자를 통해 ‘남이 하지 못 하는’ 신약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는 신풍제약이 보유하고 있는 뇌졸중치료제, 새로운 기전의 골다공증 치료제, 급성심부전치료제 등의 후보물질에 대한 임상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유 대표는 바이오시장 진출 준비에도 한창이다. 다만 그는 바이오시밀러는 결코 블루오션이 아니라고 단언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이오시밀러 역시 현재 국내 제약시장의 병폐인 복제약으로 시장 나눠먹기로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바이오시밀러만 해도 어려운 기술이기는 합니다. 그런데 ‘죽을 힘을 다해 허들을 넘고 보니, 남들도 다 하는거네?’란 상황까지 오면 끝장입니다. 지금 복제약 시장처럼 나눠먹기로 전락하는 것이죠. 일단 신약을 개발하면, 무조건 ‘퍼스트 클래스’가 돼야 해요.”
이에 유 대표는 최근 프랑스 바이오 기업 LFB와 MOU를 맺고 제품 공급을 하면서 바이오테크놀로지 원천기술 습득에 몰두하고 있다.
유 대표는 동시에 세계시장 진출을 위한 다양한 마케팅 방안도 마련해야한다고 설명했다. 신풍제약은 1988년부터 해외진출을 시작해 현재 아프리카 수단, 중국 천진, 베트남 호치민 등지에 직접투자를 통해 완제품 생산 공장을 세워 현지 진출을 꾀하고 있다. 아울러 일본을 중심으로 유럽, 미국 등 50여 개국에 제품을 수출하며 강력한 글로벌 유통라인을 구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