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승그룹은 현승훈 그룹 총괄회장의 장남인 현지호 총괄부회장과 차남인 현석호 부회장을 중심으로 그룹 지배구조의 밑그림을 그렸다. 그룹의 주력계열사인 화승R&A와 화승인더스트리를 현지호 부회장과 현석호 부회장이 각각 담당하는 구조다.
특히 화승그룹이 자동차 부품과 종합무역, 신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화승과의 결별이 3세 경영 체제와 맞물리면서 지배구조에 큰 변화가 일고 있다.
화승그룹은 3세 지분승계를 위해 오너 일가가 직접 계열사로부터 지분을 사들이는 방식을 선택했다.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화승R&A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고 화승R&A→㈜화승→ 화승T&C→화승R&A로 이뤄지는 소형순환출자 구도를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현 총괄부회장은 작년 12월 화승T&C로부터 화승R&A지분 94만2938주(14.61%)를 사들인 데 이어 ㈜화승으로부터 시간외 매매 방식으로 화승R&A 주식 9만5970주를 매입했다. 이 거래로 현 부 회장의 지분(118만8909주, 18.42%)이 현 회장(115만6890주, 17.92%)의 지분을 앞서 현 부회장은 화승 R&A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아울러 지난 4월에는 3세 경영 체제를 본격화하기 위한 계열사 대표 인사도 단행했다. 현 총괄부회장은 주력 계열사 중 화승R&A와 종합무역회사인 화승네트웍스를 맡고, 현석호 부회장은 정밀화학업체인 화승인더스트리와 화승비나를 담당하고 있다.
이로써 전문경영인으로 화승그룹을 이끌어 오던 고영립 총괄회장은 경영에서 물러나게 됐다. 화승그룹 공채 1기 출신으로 30년 만에 회장까지 오른 고 전 회장은 IMF 외환위기 당시 17개 계열사를 6개로 줄이는 어려움을 겪은 화승그룹을 연매출 4조원대의 기업으로 도약시킨 전문경영인이다. 고 전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지난해 말 화승그룹으로부터 분리된 (주)화승의 경영을 맡는다. 주(화승)의 지분 절반 이상을 화승그룹으로부터 넘겨받은 경일은 고 전 회장의 아들 고희광씨가 최대 주주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