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0대그룹의 상장사가 벌어들인 순이익은 41조6588억원으로 그중 8조4178억원을 현금 배당했다. 이들 전체의 배당성향은 20.2%다.
지난해 12월 결산 법인 691개사 중 현금배당을 실시한 440개사의 배당성향 21.09%(11조6000억원)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배당성향은 당기순이익에 대한 현금배당액 비율로, 벌어들인 순이익에 비해 얼마나 주주들에게 배당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삼성ㆍ현대차ㆍ롯데…배당성향 20%에도 못 미쳐=지난해 10대그룹의 평균 배당성향은 17.7%로 전체 배당성향 21.09%에 크게 못 미쳤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2조1570억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했지만 삼성그룹의 상장사 배당성향은 14.8%에 그쳤다. 지난해 19조6890억원을 상장사를 통해 벌어들였지만 이 중 2조9164억원만 배당했다. 배당수익률은 0.80%를 기록했다.
현대차그룹과 롯데그룹은 배당성향이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상장사를 통해 벌어들인 13조3246억원 중 1조2039억원을 현금 배당해 배당성향이 9%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핵심 계열사가 비상장사로 이뤄진 롯데그룹의 경우 롯데제과와 롯데칠성 등 상장사를 통해 벌어들인 이익은 1조3467억원으로 이 중 배당은 967억원에 그쳤다.
10대그룹 중 상장사 중 배당성향이 가장 높았던 그룹은 현대중공업으로 48.1%를 기록했다. 이는 벌어들인 금액의 절반가량을 배당한 것으로 당기순이익 3109억원 중 1494억원으로 배당했다. 이어 포스코그룹의 계열사가 6824억원을 배당해 배당성향 40.3%를 기록했으며 한화(35.3%), LG(34.2%), SK(32.1%)가 뒤를 이었다.
◇적자배당, 비상장계열사를 통한 배당도 부지기수=반면 적자를 냈음에도 배당을 실시한 기업도 적지 않았다.
작년 30대그룹 중 상장사를 통해 벌어들인 이익이 마이너스를 기록해 적자를 기록한 그룹집단은 11개에 달했다. 이 중 한진이 1조157억원으로 적자폭이 가장 컸으며 8163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현대가 그 뒤를 이었다. 그 외에도 금호아시아나, 동부, OCI, 효성, 대우건설, 동국제강, GS, KT, 두산 등이 상장계열사의 순적자를 면치 못했다. 하지만 그룹 전체적으로 보면 이들은 배당 기조를 이어갔다. GS그룹의 경우 5000억원대의 적자에도 불구하고 1600억원대의 배당을 실시했으며 1500억원대의 적자를 기록한 동부그룹은 790억원대의 현금배당을 실시했다.
30대 그룹이 상장사를 통한 배당에는 인색한 반면 비상장 자회사를 통해 오너 일가에 거액의 배당금을 안겨주는 경우도 있었다.
지난해 92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현대유엔아이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장녀 정지이 전무에게 각각 12억원과 2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또한 효성투자개발의 경우 순이익보다 많은 44억원을 조현준 효성 사장에게 지급했다.
국내 대기업 계열 상장사의 낮은 배당성향과 비상장 자회사의 높은 배당은 결국 상장사 주주의 피해로 이어진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일감 몰아주기 혹은 내부거래를 통해 비상장사의 매출이 발생하고 결국 상장사의 이익이 비상장사의 이익으로 이어져 그만큼 해당 상장사의 기업 가치는 낮아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