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우리나라 중장년들은 매우 쓸쓸한 은퇴생활을 맞이하고 있다. 노후자금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사람들이 태반이지만 공동체, 취미여가, 자기계발도 재무상태 못지않게 취약하기 때문이다. 베이비 부머들은 한국경제가 고도성장하는 과정에서 일만 하면서 정신없이 달려왔다. 먹고 살기도 빠듯한 상황에서 좋은 공동체를 확보한다는 것은 너무 사치스러운 이야기다. 심한 경우 가족으로부터 소외당하는 경우도 많다.
중장년들은 은퇴후 마음이 맞는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려서 멋진 생활을 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실제로 은퇴자들을 만나보면 다양한 사람들과 진심 어린 교류를 하는 방법을 잘 알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직장이나 학연을 중심으로 맺어지는 인간관계에 익숙해 있다. 자신이 노력하기보다는 어떤 회사나 동창회에 속하면 자동으로 인간관계를 주는 삶을 살아왔다. 이런 삶을 오랫동안 살아온 중장년들이 자발적으로 세련된 자세로 공동체를 확보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래서 한국의 은퇴계층은 매우 외로운 삶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우리나라 베이비 부머들의 친구 실태를 조사한 적이 있다. 조사결과 베이비 부머들은 평균 2.6명의 친밀감을 느끼는 친구를 가지고 있었다. 이 중 7.6%는 친밀감을 느끼는 친구가 전혀 없었으며, 6명 이상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6.0%에 불과했다. 실태조사에서 잘 나타났듯이 우리나라의 중장년들의 공동체는 무너져 있다. ‘고독사’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을 정도로 외로운 삶을 맞이하고 있다.
은퇴후 공동체 생활을 활발하게 만들려면 몇 가지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은퇴후 다양한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많은 사람을 사귀도록 노력해야 한다. 직장, 학교, 친척과 같은 인간관계에 의존해서 노후생활을 영위하기에는 한계가 뚜렷해진다. 자기계발, 취미여가, 자원봉사와 같은 다양한 주제를 가진 모임에서 좋은 사람들과 인맥을 확대해야 한다. 둘째, 자신이 사는 지역의 주민들과 어울릴 수 있는 활동이 필요하다. 은퇴 이후에는 생활의 중심이 일터에서 가정과 지역사회로 옮겨진다. 특히 고령으로 활동반경이 줄어들면 이웃과의 관계가 더 중요해진다. 구청이나 주민센터와 같은 지자체, 비영리단체, 종교단체 등에서 지역기반의 좋은 활동이 많이 개최된다. 이를 통해 이웃과 소통을 넓혀 나가야 한다. 세번째는 다양한 연령층과 교류해야 한다. 건강이나 생활방식이 비슷한 집단도 좋지만, 젊은 계층과 교류하는 공동체 생활이 중요하다. ‘노인끼리 모여 살면 행복하지 못하다’는 말이 잘 어울리는 경우다. 젊은 계층과 함께 하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건강한 공동체를 가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페이스북이나 블로거와 같은 소셜 네트워크를 잘 활용한다면 새로운 모습의 사회교류가 가능하다. 중년 이후에 최악의 인간관계를 맞이하지 않도록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