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은 러시아에 대한 사상 최대 규모의 경제제재에 합의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EU 28개 회원국 대표는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회동하고, 금융ㆍ방산ㆍ에너지 등 러시아 주요 산업을 제재하기로 했다.
통신에 따르면 EU는 러시아 국영은행의 유럽 내 채권 발행과 정유업계의 장비 수출을 금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심해 시추, 셰일 가스와 북극 에너지 탐사 기술 등의 수출이 중단된다.
또 러시아에 대한 신규 무기 계약이 중단되며, 민간은 물론 군사적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는 기계와 전자기기의 수출도 금지한다고 통신은 전했다.
EU의 추가 경제제재는 오는 31일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EU는 앞서 지난 2월 러시아가 크림을 합병하면서 우크라이나 사태 긴장이 고조된 이후 러시아와 크림의 개인과 기업 등에 대해 자산 동결과 비자 발급 중단 조치 등을 취했다.
미국 역시 빠르면 이날 러시아에 대한 보다 강력한 제재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통신은 내다봤다.
이번 제재로 러시아 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EU 전문매체 EU옵서버는 새 제재로 러시아가 올해 230억 유로(약 31조6500억원) 규모의 경제적 피해를 입고 내년에는 750억 유로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예상했다.
예상이 맞는다면 올해 러시아 국내총생산(GDP)의 1.5%, 내년에는 4.8%가 영향을 받게 된다.
EU의 경제제재 소식이 전해지면서 러시아의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이날 장중 3개월 만에 최고치인 9.42%를 기록했고 루블화 가치는 주요 통화에 대해 약세를 면치 못했다.
EU 역시 대러시아 제재로 경제적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EU 집행위원회는 러시아의 보복 여파로 올해 400억 유로, 내년 500억 유로 규모의 경제적 손실을 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각각 EU의 올해와 내년 GDP의 0.3%와 0.4%에 해당하는 것이다.
서방의 주요 기업 역시 대러시아 제재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러시아 국영정유사 로스네프트의 지분 20%를 소유하고 있는 영국 BP는 러시아에서 발생하는 이익의 상당 부분이 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보도했다.
프랑스 자동차업체 르노 역시 지난 상반기 러시아 판매가 크게 줄었다면서, 하반기 전망은 더욱 나쁘다고 밝혔다. 르노의 러시아 매출은 상반기에 8% 감소했다.
이날 EU의 전격적인 대러시아 제재 합의는 전일 미국과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등 서방 5국 정상의 제재 합의 이후 나온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등 주요 5국 정상은 여러 차례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반군을 협상에 나오게 하거나 구체적인 조처를 하도록 압력을 가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