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이 살아야 경기가 산다④]백인수 롯데미래전략센터 유통전략 담당 이사 “유통정책 목표는 소비자 편집권 보장”

입력 2014-07-22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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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수 롯데미래전략센터 유통전략 담당 이사는 시종일관 ‘고객’을 강조했다. 유통정책 최종 수혜자도 고객, 유통산업 존재 이유도 고객, 유통산업 문제 해결책도 고객이라는 것.

백 이사는 “고객에게는 다양한 상품을 취향대로 선택 구매해서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만드는 권리인 ‘고객편집권’이 있다”며 “현재 한국에서 고객편집권은 표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소비자는 침묵하는 것 같지만 매 순간 지갑을 통해 표를 던지고 있다”며 “대형마트가 문을 닫으면 소비자는 전통시장을 찾거나, 다음날 대형마트를 가거나, 온라인에서 구입하거나, 아예 소비를 줄이는 등 선택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최근 일련의 규제 정책은 고객을 위한 정책인지 실증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며 “대형마트 영업규제 정책 수혜는 전통시장이 아니라 온라인이 받고 있어 정책의도와 어긋나는 결과가 발생하고 있고, 큰 그림에서도 고객을 위한 정책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또 “글로벌 환경 속에서 고객은 스마트하다”며 “직구 열풍은 한국 소비자 구매반경이 국내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그는 “고객들은 정보를 검색하고 비교해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 한국 기업들은 이미 외국업체들과 경쟁하는 셈”이라며 “정부가 외국 업체들은 규제하지 않기 때문에 결국 국내 업체들은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백 이사는 “고객편집권 보장을 가장 중요한 권리로 놓고 나서 대기업, 중소기업, 납품업체, 인프라업체 등 산업 참여자들의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며 중국의 예를 들었다. “중국은 최근 석유ㆍ철강 등 거의 모든 산업분야에서 국영기업에게 유리하도록 정책 배려를 하고 있지만 유통 분야는 예외”라며 “해외 플레이어들이 비즈니스 폭 넓혀 자유롭게 경쟁하게 한 결과, 중국 소비자들이 수혜를 입어 좋은 물건을 저렴하게 살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백 이사는 글로벌 전자상거래 1위 업체인 알리바바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 역시 이같은 자유경쟁 덕이라고 봤다. 그는 “품질이나 서비스 경쟁력이 좋은 알리바바는 13억명 회원을 유치할 수 있었고, 알리바바와 거래하는 중소업체들도 함께 이득을 보고 있다”며 “한국이라면 규모가 큰 기업이 독점한다는 이유로 규제하지 않았겠느냐”고 반문했다.

백인수 이사는 “대기업이 중소업자를 돕고, 서로 협력해야 한다는 데는 100% 공감한다”며 “문제는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소비자 편집권이 제한됐다는 점, 잘못된 방법을 쓰고 있다는 점”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영업이나 상품을 규제할 것이 아니라 자영업자들이 독자생존할 수 있도록 돕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내가 명절을 맞아 어머니 댁에 갈 때마다 근처 전통시장을 찾아 떡볶이, 녹두전을 사먹고 물건을 사는 것은 전통시장 문화 자체에 끌린 것이지 규제에 떠밀려 간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백 이사는 “대형마트의 경우에도 고객 안전, 지역 환경, 노동조건 등에 따른 규제는 가능하지만 단순히 규모가 크기 때문에 안된다고 막는 것은 잘못”이라며 “규제 기준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법으로는 ‘지역생산, 지역소비’를 의미하는 ‘지산지소’를 제안했다. 그는 “기업은 고객과 함께 공존하는 생물이고, 고객은 결국 지역사회 주민들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며 “롯데가 이천아울렛을 출점하면서 이천 특산물인 도자기를 입점시키고 지역 쌀로 밥을 지어 방문객들에게 판매하듯 고객과 생산자가 공존하고 상생하는 모델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같은 사례가 늘어나면 지자체 입장에서도 세금 수입이 늘어나고, 지역경제가 활성화되는 선순환이 시작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로벌 진출에도 기대를 걸었다. 백 이사는 “롯데백화점이 중국에 점포를 내고, 롯데마트가 베트남에 출점하듯 대기업이 글로벌 진출하면 국내 젊은이들 일자리가 더 다양해진다”며 “롯데마트 베트남 점포에서 근무하는 한국 젊은이는 결국 베트남 전문가가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정부 역할도 주문했다. 그는 “롯데백화점이 청두에 지점을 낼 계획을 세우면 현지 공관에서 지역 유지나 벤더들과 미팅을 주선해주고, 롯데백화점은 외교부 지원을 받아 청두점을 연 후 한국 중소기업 상품을 현지에 선보일 수 있다”며 “한국 국위를 선양하면서 판로를 찾는 장기적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1965년 충북 음성 출생 ▲1988년 고려대학교 무역학과 졸업 ▲2003년 일본 와세다대학교 경영학 박사 ▲1993년 산업연구원 연구원 ▲1998년 일본 와세다대학교 상학부 연구교수 ▲2003년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 ▲2006년 한국유통물류진흥원 연구위원 ▲2007년 롯데유통산업연구소 소장 ▲2012년 롯데미래전략센터 유통전략 담당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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