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선물이야기 -이종윤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 일산지점장

입력 2014-07-02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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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명절이라면 의당 설날이나 추석을 떠올리는 오십대 중년에게 외래 명절인 성탄절은 고작 예배당 선물 받는 날쯤으로 기억될 듯싶다. 또 받아본 선물이라야 연필 두어 자루나 무제 노트 정도였을까?

그런 시절에 비한다면 요즘 아이들에게 성탄은 부모들의 곰살스런 사랑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명절 중의 명절인 것 같다.

오래전 비교적 순진했던 우리 연년생 강아지 두 녀석도 초등학교 3학년까지만 해도 산타 할아버지를 굳게 믿고 있던 터라 빠듯한 살림에 가끔은 지나치고 싶었어도 혹여 어린 맘 상할세라 정성 담아새근 잠든 머리맡 양말에 선물을 살짝 내려놓는다.

아침이 밝아오고 기대했던 선물에 놀랐는지 토끼 눈으로 이리저리 콩콩거리며 기뻐하는 작은 녀석을 보니 사는 재미가 이런 것 아닌가 싶기도 했단다.

그런데 큰 녀석이 근심 어린 표정으로 기웃거리고 있길래 살펴보니… 이런 아뿔싸! 큰 녀석 선물인 축구공을 차 트렁크에 빼먹었네. “서우야 산타 할아버지가 어디 흘리고 가신 것 같은데 찬찬히 찾아봐라…” 어미가 이리저리 능청을 떠는 동안 나는 후닥닥 잰걸음으로 선물을 가져와 주방 작은 쪽창에다 슬며시 얹어놓고서는 “어라!! 여기다 흘리고 가신 모양이네”, “주방 창문으로 들어오시다 흘린 모양이다…” 그제야 환한 표정을 짓는 멍청한 녀석들을 보면서 또래에 어울리지 않는 녀석들의 순진함이 우리 부부에게는 더 큰 성탄 선물 이었단다.

그리고 수년 이후 중학교로 올라간 큰 녀석은 고사하고 밤톨만한 작은 녀석도 아비를 놀리면서 “산타 할아버지 선물하고 아빠 선물하고 두 개나 받겠네”하며 킥킥대는 폼새가 얄미우면서도 밉지만은 않은 것 또한 정겨운 선물이었단다. 그리고 지금 품 안에 자식이고 키우는 정성이 전부라지만 아무리 무거워지는 어깨에도 미소 짓게 했던 이 녀석들은 언제까지 우리 마음에 담겨 있을지 다가오는 성탄절은 무엇을 담아야 할지…

선머슴아 같은 딸내미가 집에 붙어 있을지… 속 터지게 수줍은 스물넷 총각은 뭘 할지… 이제 나는 시절에게 묻고 있단다… 우.리.선.물.언.제.까.지.담.을.수.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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