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형 투자기관들이 미국 증시 랠리 효과를 제대로 누리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국 기업연금펀드와 대학기부금펀드 등 미국 투자계 큰 손들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식비중을 크게 줄이면서 증시 랠리 수혜를 놓쳤다고 24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주식 비중을 줄이고 다른 투자처로 투자를 분산하면서 ‘실망스러운’ 수익률을 기록했다는 것이다.
제너럴모터스(GM) 등 대형 기업에서부터 하버드에 이르기까지 기업과 대학들은 2008년 주식시장이 붕괴되자 이를 대체할 투자처로 헤지펀드와 사모펀드 벤처캐피털 등으로 투자자금을 옮겼다.
대학 투자 컨설팅회사인 커먼펀드가 835개 미국 대학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지난해 6월 말 기준으로 대학기부펀드의 주식 투자 비중은 평균 16%로 지난 2008년 23%에서 크게 줄어들었다. 10년 전(32%)과 비교하면 반 토막이 난 셈이다. 기업연금펀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JP체이스모건에 따르면 미국 기업연금펀드의 주식 투자 비중은 2003년 말 61%였으나 지난해 말에는 52%였다.
당시 이들 투자처가 주목받은 이유는 주식시장이 녹아내리는 가운데 잠재적 변동성은 작고 장기수익률은 증시보다 비교적 높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장기 수익률 기준에서 배당금을 포함한 S&P500지수의 최근 10년간 수익률은 114%인 반면 사모펀드와 벤처캐피털은 각각 304%, 153%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러한 대안 투자는 최근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2009년 금융위기 이후 현재 이들의 수익률은 미국증시 수익률에 뒤처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증시 수익률이 이들의 2배까지 오르기도 했다고 WSJ는 지적했다.
S&P500지수는 2009년부터 최근까지 사상 최고치 경신을 거듭하며 137% 오른 반면 헤지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48%에 그쳤다. 그나마 주식에 초점을 맞춘 헤지펀드의 수익률은 57%를 기록했을 뿐이다. 2009년 이후 사모펀드와 벤처캐피털의 평균 수익률도 각각 109%, 81%에 불과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안투자 비중을 높인 기업연금펀드와 대학기부금펀드는 큰 수익을 볼 기회를 놓치게 됐다. 미국 노터데임대학의 스콧 맬패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헤지펀드와 사모펀드에 대한 베팅은 금융위기에 대한 반사적 행동일 수 있다”며 “그러나 최근의 대안투자는 게임에 너무 늦게 참여한 것인지 모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