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백혈병 치료제인 일양약품의 ‘슈펙트’가 기존 백혈병 치료제보다 절반 가량 저렴하다는 점이 전 세계 의약품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19일 일양약품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11일부터 15일까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제 19회 유럽혈액학회(EHA)’에서 현재 유통되고 있는 글로벌 제약사의 백혈병 치료제가 지나치게 비싸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백혈병 치료제는 단순한 치료제가 아니라, 복용하지 않으면 사망에 이르는 의약품에 속한다. 이에 모든 백혈병 치료제는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돼 있는데, 문제는 가격이 너무 비싸 의료복지의 사각지대를 만든다는 점이다.
1세대 약물로 독점적 위치를 점하고 있는 노바티스의 ‘글리벡’은 하루치 복용 분량인 600밀리그램(mg)이 8만6000원이다. 이를 개량한 2세대 약물인 노바티스의 ‘타시그나’는 9만2000원, 미국의 브리스톨-마이어스 스퀴브(BMS)의 ‘스프라이셀’은 무려 11만원에 달한다.
반면 일양약품의 슈펙트는 6만4000원으로, 스프라이셀에 비하면 절반 가량 저렴하고 글리벡에 비해서도 2만2000원 싸다.
실제로 지난해 혈액학회저널인 ‘블러드’에는 한국 백혈병 치료제 시장은 슈펙트 때문에 타국가에 비해 저렴하게 형성돼있다는 내용의 논문이 실리기도 했다. 백혈병 치료제는 효능 만큼이나 가격이 주요 쟁점이 된다는 결론이었다.
일양약품 관계자는 “회사 차원에서 백혈병 치료제는 저렴해야한다는 인식이 강했다”면서 “이를 실현하기 위해 개발단계부터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현재 슈펙트는 2차 치료제로만 허가가 나있다. 2차 치료제는 1차 치료제가 듣지 않거나, 내성이 생길 경우 처방하는 약물이다. 현재 슈펙트는 1차 치료제 허가를 위한 3상을 진행하고 있다.
만약 슈펙트가 1차 치료제로 승인을 받을 경우,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에서 중국·필리핀·인도네시아·브라질 등 이머징 국가에서 큰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유럽백혈병네트워크(ELN) 치료 가이드라인’은 글리벡을 백혈병 1차 치료제로 지정하고 있다. 이번 학회에서는 글리벡을 1차 치료제 지정을 두고 격론이 벌어지기도 했다. 부작용은 적지만, 절대적인 가격이 높기 때문이다. 아직 먼 이야기이지만, 슈펙트가 효능을 제대로만 입증하면 ENL가 공식 1차 치료제로 지정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부는 이유다.
한편 지난 13일(현지시각)에 동아대병원 김성현 교수는 유럽혈액학회에서 ‘슈펙트의 다국적 임상 2상 24개월 업데이트 결과’를 발표했다. 김 교수는 “임상 결과 장기 복용 시 새롭게 발생되는 심각한 이상반응은 없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