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방송된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의 방송 내용은 적절했을까?
이날 ‘라디오스타’는 장수원 강민경 박동빈 리지를 게스트로 초대해 ‘연기의 신’이라는 부제를 붙여 특유의 유쾌함과 허를 찌르는 날 것 그대로의 질문을 이어가며 재미를 부여했다. ‘연기의 신’이라는 부제는 연기로 검색어를 장식한 스타를 우회적으로 일컬은 말로 네 명의 스타 모두 연기력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을 염두에 둔 카피였다.
먼저 장수원은 지난해 출연했던 KBS2 ‘사랑과 전쟁’으로 연기 데뷔 했으나 책 읽는 듯한 대사와 부자연스러운 몸짓으로 논란을 빚었다. 당시 ‘발 연기’라는 수식 뿐 아니라 ‘로봇 연기’라는 비아냥까지 동시에 감당해야 했다.
강민경은 2010년부터 2011년까지 방송된 SBS 일일드라마 ‘웃어요 엄마’에서 어색한 포효연기로 ‘익룡연기’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장수원과 달리 강민경은 당시 이미 연기 경험이 있었던 터에 어색한 연기에 대한 지적이 뼈아팠을 것.
일명 ‘주스 아저씨’ 박동빈은 지난해까지 방송된 MBC 아침드라마 ‘사랑했나봐’에서 주스를 마시다가 놀라서 흘리는 연기를 어색하게 해 별명을 얻었다. 리지도 놀이공원 장면 촬영에서 어설픈 고함 연기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처럼 각각 연기력으로 한 차례 홍역을 앓았던 장수원 강민경 박동빈 리지는 ‘라디오스타’에서 발 연기를 할 수 밖에 없었거나 발 연기가 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설명하며 마음의 짐을 내려놓았다. 심지어 장수원은 “처음에는 짜증났었는데 이제 즐겁게 받아들인다”는 말을 해 연기에 대한 책임감 부재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날 게스트 4명 중 박동빈을 제외한 3명은 일명 ‘가수 출신 연기자’. 이날 방송 내용은 앞선 가수 출신 연기자들의 노력에 누를 끼치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가수 출신 연기자들은 잘 하고도 연기력 논란의 도마 위에 올라야 했다. 쓰디쓴 시간을 인내하며 연기자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을 해왔던 이들은 잘 하고도 ‘가수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출연했던 장수원 강민경 리지는 어땠나? 연기력 논란으로 다시는 드라마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았던 이효리의 트라우마까지는 아니더라도 기어이 연기자로 인정받은 후 눈물을 흘린 윤은혜의 절치부심도 엿보이지 않았다. 그저 웃음 속에서 해명과 변명에 급급했을 뿐 ‘발 연기’에 대한 어떠한 책임감이나 향후 각오는 내비치지 않은 채 예능 소재로 ‘써 먹기’만 한 셈이다.
웃음 뒤 진정성의 부재로 ‘라디오스타-연기의 신 특집’은 웃으면서, 재미있게 시청은 했지만 씁쓸한 뒷맛을 남긴 회차로 기억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