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 대표는 지난달 초 한국지식재산보호협회장으로 조용히 취임했다. 이 대표는 평소 외부 노출을 기피하는 성향대로 협회와 회사에도 협회장 취임 소식을 외부에 알리지 못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지식재산보호협회는 국내 산업발전과 지식재산 분야의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2009년 설립된 특허청 산하기관이다.
특허업계에선 이 대표의 협회장 취임을 이례적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대기업 임원이나 변리사 등이 협회장을 맡았던 것과 달리 국내 중소ㆍ중견기업계에서 수장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협회 관계자는 “이 대표를 차기 협회장 1순위로 지목하고 끈질기게 권유했다”며 “이 대표가 그동안 LED업계에서 지식재산경영을 선도해 왔고, 특허 관리에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처음엔 계속 거절의 뜻을 전했던 이 대표도 ‘국내 기업들의 지식재산 보호’라는 큰 뜻을 거스르지 못해 결국 협회장 취임을 승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부 활동을 극도로 꺼리는 이 대표의 성격상 외부 단체의 수장으로 취임한 것은 큰 변화다. 그만큼 이 대표가 지식재산 경영에 큰 애착을 갖고 있다는 의미다.
협회에 따르면 이 대표는 협회장 승락 당시 “서울반도체도 과거 특허 분쟁으로 힘들었는데, 협회장에 취임하면 다른 국내 기업들에 어떤 식으로 지식재산 관련 대응을 해야 하는지 방법을 공유하고 적극 지원하겠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의 서울반도체도 2006년 세계 LED 1위 기업인 일본 니치아로부터 특허 침해 소송을 당한 바 있다. 니치아와 특허전에서 이긴 기업은 거의 없어 빨리 수습하자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지만 당시 이 대표는 정면 돌파를 택했다. 그동안 철저히 관리했던 특허를 모아 3년간 니치아와 긴 싸움을 벌였고, 끝내 ‘크로스 라이선스(상호 특허 사용)’란 좋은 결실을 맺게 됐다.
이후 이 대표는 특허 관리의 중요성을 깨닫고 매년 매출의 10% 이상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해 현재 약 1만1000개에 달하는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이로 인해 서울반도체는 현재 세계 LED 업계 4위, 매출 1조원 중견기업으로 우뚝 서게 됐다.
이 대표의 이번 협회장 취임은 앞으로 국내 기업들의 지식재산권이 전 세계에서 당당히 보호받는 데 큰 힘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이와 관련 “지식재산권은 한 기업과 개인이 행사하는 ‘권리’라는 한 가지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라, 기업 간, 개인 간에 서로 존중돼야 하는 ‘의무’의 개념도 포함돼 있다”며 “국내에서의 산업ㆍ상업적 활동뿐만 아니라 해외 비즈니스를 전개하는 데 있어 해당 원료, 반제품, 완제품에 연관된 물질, 디자인, 상표, 비즈니스 모델에 이르는 다양한 지식재산권을 신중히 고려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