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번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은 이런 것들 말고도 좀 더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 같아 주목할 수밖에 없다. 이번 경선의 결과가 일종의 이변이라는 말이다. 당내 다수파인 친박(친박근혜계)을 제치고 비박계인 정몽준 의원이 후보가 됐기 때문이다. 물론 정몽준 의원이 대중적 인지도 측면에서는 상당한 우위를 누리고 있어, 이변이 아니라고 생각할 만한 측면이 있지만 당내 비주류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분명 이변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당초 정몽준 의원의 전략은 친박표가 김황식 전 총리와 이혜훈 최고위원 두 후보로 갈리게 되면 20% 정도 되는 서울시의 비박계 대의원, 당원 표를 결집시키고 여기에다 자신이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여론조사에서 승리해 당 서울시장 후보가 되는 것이었을 게다.
그런데 결과는 이런 전략적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현장투표 80%(대의원 20% : 당원 30% : 국민선거인단 30%)와 여론조사 20% 합계 방식으로 진행된 경선 결과는 김황식 전 총리 958표(21.3%), 정몽준 의원 3198표(71.1%), 이혜훈 최고위원 342표(7.6%)였다. 이를 좀 더 자세히 분석하면 정 의원은 대의원, 당원 그리고 국민선거인단 투표에서 73.8%를 얻고 여론조사에서 60.2%를 얻었다.
이런 결과를 보면 다음과 같은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먼저 정몽준 의원 측이 처음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당원과 대의원이 주축이 된 투표에서 몰표가 나왔다는 점이다. 정 의원은 투표에서 여론조사보다 10% 넘게 더 지지를 얻었다는 말인데, 이는 서울시당 대의원과 당원의 20% 정도가 비박계라고 가정할 때 친박계 중 50% 정도가 정몽준 의원을 지지했다는 뜻이 된다.
분명히 상식선을 뛰어넘는 일이다. 일부는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를 밀어준 결과라고 해석하겠지만, 이를 전적으로 받아들이기는 힘들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정몽준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인 박원순 현 시장의 지지율 격차는 점차 확대되는 추세여서, 김 전 총리나 정 의원 모두 박 시장에 비해 열세이기는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당선 가능성 때문에 친박들이 정몽준 의원을 밀어줬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잃는다. 그리고 원론적으로 생각하자면, 지금과 같이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로 힘들어할 때 친박들이 비박계 후보를 밀어줬다는 사실을 더욱 이해하기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은 좀 더 다른 해석을 해야 할 시점이다. 다른 해석이란, 세월호 참사 이후 박 대통령의 당내 영향력이 급속히 약화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거다.
만일 이런 분석이 맞는다면 향후 새누리당의 미래는 두 방향으로 흐를 확률이 높다.
첫 번째는 비박들이 다시 당내에서 목소리를 높일 것을 예상할 수 있다. 즉 이재오 의원과 같은 비박의 대표 주자들이 당내에서 목소리를 높이며 위상탈환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이런 시도는 6·4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7·30 재보궐선거의 공천에도 영향이 미칠 수 있다.
두 번째로 정반대의 방향, 그러니까 오히려 청와대의 새누리당에 대한 직할체제 강화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할 수도 있다. 청와대의 입장에선 가뜩이나 세월호 문제로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 데다 비박계의 거물 정몽준 의원이 당의 서울시장 후보가 됨으로써 조기 레임덕이 가시화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할 수 있고, 그래서 당내 장악력을 높이기 위한 직할체제 강화를 생각할 수 있다는 의미다.
확실한 것은 앞으로 새누리당이 어떻게 변하든, 목소리가 커질 수 있는 상황이 된 비박들과 친박들의 한판은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몽준 의원의 서울시장 후보 당선은 앞으로 새누리당에 불어닥칠 파란을 예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