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그룹은 최근 변화의 기로에 섰다. 경쟁사인 오비맥주에 시장 1위를 빼앗긴 뒤 40%의 점유율마저 위협받으면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맥주 맛’에 대한 소비자들의 취향 변화로 국내 맥주시장의 양강 체제에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어 그룹의 위기감을 더하고 있다. 이에 ‘하이트 신화’를 직접 써온 박문덕 하이트진로그룹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승부수를 띄웠고 영업조직을 대폭 개편하며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창업자 박경복 회장… ‘조선맥주’ 모태로 성장 = 하이트진로그룹은 창업자인 박경복 회장이 1969년 경영권을 인수한 ‘조선맥주’로부터 성장해온 주류 전문 대기업집단이다. 조선맥주는 ‘크라운맥주’라는 상표를 앞세워 시장 공략에 나섰지만 회사 경영권 변동과 두산그룹의 동양맥주(오비맥주)의 굳건한 지위 등 대내외적인 요인으로 인해 맥주시장의 판도를 바꾸지는 못했다. 이후 1991년 발생한 두산그룹의 페놀사건으로 동양맥주가 주춤한 틈을 타 ‘천연암반수를 이용한 맥주’라는 슬로건을 앞세운 하이트맥주로 시장 확장에 나섰고, 1996년 시장 1위를 꿰찼다. 이 과정에서 박문덕 회장과 함께 공격적인 경영을 이끌던 박경복 회장의 외조카 김명현 당시 부사장이 1994년 사퇴하면서 내부 경영 갈등이 외부로 표출되기도 했다.
조선맥주는 1998년 상호를 하이트맥주로 변경했고, 2001년 박경복 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박문덕 회장이 경영권을 넘겨받았다. 이후 하이트진로는 박문덕 회장의 지휘 아래 한때‘하이트 신화’를 쓰며 승승장구했지만 2012년을 기점으로 오비맥주에 추월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홀딩스 보유 진로소주 지분 팔아 순환출자 해소 = 하이트맥주 성공을 기반으로 위스키시장에 진출한 조선맥주는 1997년 전북 연고의 소주회사인 ‘보배’를 인수하면서 소주시장에 진출했다. 박 회장은 2005년엔 진로를 인수하면서 소주 업계의 강자로 떠올랐다. 2008년 하이트맥주 투자 부문과 사업 부문을 분리해 지주회사인 하이트홀딩스를 출범했고, 2009년 하이트맥주와 진로를 합병하면서 하이트진로가 됐다.
2008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지만 순환출자에 가로막혀 지주사 요건 충촉을 두고 골머리를 앓았다. 공정거래법상 자회사와 손자회사는 지주회사의 지분을 가질 수 없어 통상 지주사 전환 후 2년 이내에 이를 모두 매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하이트진로가 짜낸 묘수는 손자회사가 가진 지주회사 주식을 해외 계열사에 매각하는 것이었다. 공정거래법상 자회사는 지주회사가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준에 따라 그 사업 내용을 지배하는 국내회사라고 규정하고 있어 해외계열사는 자회사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에 지난해 3월 당시 하이트진로홀딩스 손자회사인 진로소주가 보유하고 있던 홀딩스 주식 약 18만주(0.78%)를 해외계열사인 진로아이엔씨(JINRO Inc)에 매각함으로써 순환출자를 해소했다.
이후 지난해 12월 23일 하이트진로홀딩스가 주식 교환을 통해 진로소주를 자회사로 편입했다. 하이트진로산업 보통주 160만주(100%)와 하이트진로가 보유한 진로소주 보통주 48만22주(100%)를 교환한 것이다,
◇하이트진로가(家) 2세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 박 회장은 지난 3월 돌연 하이트진로와 하이트진로홀딩스의 대표 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이에 따라 하이트진로는 김인규 대표이사 단일 체제로 변경됐다. 이후 박 회장의 형인 박문효 하이트진로산업 회장도 하이트진로산업의 사내 이사직을 내려놨다. 하이트진로가(家)의 2세들이 동시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것이다. 이를 두고 3세 경영을 위한 신호탄이라고 보는 시선부터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승부수란 해석까지 뒷말이 분분하지만 회사 측은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는 않은 상황이다.
하이트진로그룹은 박문덕 회장 등 친족이 지주회사인 하이트진로홀딩스를 거느리고 하이트진로홀딩스가 계열회사를 지배하는 형태의 출자관계가 이뤄지고 있다. 2013년 말 현재 하이트진로그룹은 지주회사인 하이트홀딩스를 비롯해 12개의 국내법인과 6개의 해외법인을 포함해 총 18개의 계열회사가 있다.
하이트진로홀딩스의 최대주주는 박문덕 회장으로 지난해 말 기준으로 29.51%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박 회장의 장남과 차남인 태영씨와 재홍씨 등 박 회장 일가가 99.91% 보유하고 있는 서영이앤티가 하이트진로홀딩스 지분 27.66%를 갖고 있고 하이트문화재단이 7.54% 소유하고 있다.
하이트진로홀딩스는 하이트진로 지분 55.14% 보유하고 있으며 진로소주와 하이트진로에탄올을 100% 자회사로 지배하고 있다.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하이트진로는 하이트진로산업, 하이트진로음료와 진로양조, 서해인사이트, 강원물류, 수양물류, 천주물류 지분을 각각 100% 보유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앞선 2002년 경기도 여주 소재의 블루헤런 골프장을 인수하고 수양물류, 강원물류, 천주물류 등 화물 운송회사를 설립해 물류업에도 진출했다.
이 외에도 하이트진로는 Jinro America Inc, Jinro HK International Limited, Jinro RUS Food Co. 등 해외 계열사 지분을 거의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