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사진> KT 회장의 ‘싱글KT’를 향한 행보가 점차 빨라지고 있다. 최근 KT미디어허브를 재합병하려는 움직임과 함께 오는 6월께 계열사 조직개편을 앞두고 KT그룹의 보안업무를 일원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보안업무 강화라는 측면도 있지만, 각 계열사를 하나로 통합하려는 황 회장의 의지가 담겼다는 분석이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황 회장은 지난달 중순께 IT서비스 계열사인 KT DS 측에 “전체 KT그룹사의 보안을 담당해 줬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현재 계열사별로 독립 운영되던 보안업무를 일원화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올 초 고객정보 유출사고 등 취임 직후 일련의 보안사고를 겪었던 영향이 컸을 것으로 분석된다.
KT는 지난 3월 홈페이지 해킹으로 약 870만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돼 큰 곤욕을 치른 바 있다. 해커가 3개월간 서버에 1266만번을 접속했는데도 이마저도 알지 못했던 것으로 조사돼 황 회장은 대국민 사과에 나서야 했다. 때문에 오는 6월께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계열사 조직개편도 보안을 강화하는 분위기로 추진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KT DS도 최근 보안 태스크포스(TF)를 구축해 KT 본사와 지속적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또 기존 보안팀을 센터로 승격시키는 방식의 내부 조직개편도 검토하고 있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KT DS가 그룹사 보안을 위탁하는 개념인지는 아직 불투명하지만 보안업무를 일원화하는 것은 책임과 관리부문에서 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독립성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과거 분사정책을 주로 추진했던 이석채 전 회장과 달리, 황 회장은 통합을 중시하는 집중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황 회장은 취임 이후부터 ‘싱글 KT’를 외치고 있다. KT와 전 계열사가 한 몸처럼 같은 방향으로 나가야만 글로벌 1등 KT를 실현할 수 있다는 ‘통합의 철학’이다. 이번 보안업무 일원화 움직임은 물론, 최근 미디어콘텐츠 사업 개편 차원에서 KT미디어허브를 재합병하기로 결정한 것도 황 회장이 주창한 싱글 KT의 연장선상이다. KT미디어허브는 1년 6개월 전 이석채 전 회장이 미디어를 전략사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분사시킨 회사다.
지난달 29일 단행된 본사 조직개편에도 황 회장의 철학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KT는 전국 236개 지사를 79개로 통폐합했다. 지사를 줄이는 대신 광역화시켜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이에 따라 황 회장이 향후 계열사 조직개편에도 상당 부분 통폐합을 진행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2009년 30여개에 불과했던 KT 계열사가 이석채 전 회장 취임 이후 54개까지 늘어난 상태여서 황 회장의 메스가 상당 부분 움직일 것으로 전망된다. KT 계열사 관계자는 “특히 IT 계열사들의 통폐합이 많을 것으로 예상돼 관련 계열사들의 분위기도 뒤숭숭하다”며 “KT클라우드웨어 등 클라우드 관련 계열사들도 통폐합 가능성이 많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