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증시가 7거래일 만에 내림세로 돌아섰다. 실적이 호재에서 부담으로 돌아선 가운데 지표도 좋지 못했다. 장 마감 후 애플과 페이스북이라는 거물의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다는 사실도 관망세를 키웠다.
다우지수는 23일(현지시간) 12.72포인트(0.08%) 하락한 1만6501.65로 잠정 마감했다. S&P500은 4.16포인트(0.22%) 내린 1875.39를, 나스닥은 34.49포인트(0.83%) 빠진 4126.97을 기록했다.
시장 전반적으로 낙관론이 우세하지만 단기 랠리에 따른 피로가 이날 약세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분석했다.
리처드 시셀 필라델피아트러스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시장은 상승세를 이어왔으며 피로할 수 있다”면서 “오늘 지표도 부진했고 애플과 페이스북의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다는 것도 부담이 됐다”고 말했다.
△기업 실적 전반적 부진...P&G·EMC 약세
실적 발표 기업 중에서는 세계 최대 스토리지컴퓨터업체 EMC의 주가가 4% 가까이 하락했다. 1분기 순이익이 줄어든데다 실적 목표를 끌어 내린 것이 악재가 됐다.
거대 소비재업체 프록터앤갬블(P&G)은 지난 1분기 순이익이 전년 대비 1.7% 증가했다고 밝혔지만 주가는 0.4% 하락했다.
미국 최대 항공기업체 보잉의 주가는 2% 올랐다. 1분기 주당 영업이익이 1.76달러를 기록해 월가 예상을 넘어섰다는 소식이 호재가 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날까지 S&P500 기업 중 134사가 실적을 내놨으며 이중 75%가 예상치를 상회하는 순익을 공개했다. 51%는 매출이 예상치를 넘었다.
△애플·페이스북 장 마감 후 실적 공개...주가 하락
장 마감 후 실적을 공개할 예정인 애플과 페이스북의 주가는 약세를 면치 못했다. 전문가들은 애플의 회계 2분기 주당순익을 10.19달러로 내다보고 있다.
핵심 매출원인 아이폰의 판매가 예상에 부합하느냐에 시장의 관심이 쏠려 있는 상태다. 애플의 주가는 1% 하락했다.
페이스북의 주가는 2% 빠졌다. 페이스북의 1분기 주당순익은 24센트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페이스북의 매출과 순익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지만 모바일광고네트워크 동향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신규주택판매 8개월만에 최저...제조업지표도 부진
지표는 부진했다. 특히 부동산시장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상무부가 발표한 3월 신규주택판매는 14.5% 감소해 연율 38만4000채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7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월가는 45만채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주택가격은 올랐지만 오히려 가격 상승이 주택판매를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3월 중간판매가격은 12.6% 상승한 29만 달러를 기록했다.
전미모기지협회(MBA)는 지난 주 평균 모기지 신청 건수가 전주에 비해 3.3%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모기지 신청은 최근 6주 동안 5주에 걸쳐 감소세를 이어간 셈이 됐다.
시장조사기관 마르키트가 발표한 4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속보치는 전월의 55.5에서 55.4로 하락했다. 3월 수치는 전문가들이 예상한 56.0에도 미치지 못했다.
△우크라 사태 악화...니켈값 14개월 만에 최고
우크라이나 사태가 다시 악화하면서 지정학적인 우려는 커졌다. 우크라이나는 이날 동부에서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에 대한 진압을 재개했으며 러시아는 군사개입 가능성을 경고했다.
러시아는 또 전일 미국이 동유럽 국가들과 합동 군사훈련을 시작한 것에 대해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서 군사훈련을 벌이는 것으로 맞대응했다.
우크라 사태가 심화하면서 상품시장도 요동쳤다. 이날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거래된 3개월물 니켈 선물 가격은 장중 t당 1만8525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는 지난해 2월 이후 최고치다.
미국의 원유 재고가 350만 배럴로 1982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유가는 하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31센트(0.3%) 떨어진 배럴당 101.44달러를 기록했다.
금값은 올랐다. 6월물 금 가격은 3.5달러(0.3%) 상승해 온스당 1281.10달러로 거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