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엔 왜 마스터스가 없나 [오상민의 현장]

입력 2014-04-14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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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의 오거스타 내셔널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시즌 첫 메이저 대회 마스터스 토너먼트 3라운드에서 조나스 블릭스트(스웨덴)가 17번홀 티샷하는 모습을 수많은 갤러리가 지켜보고 있다.(사진=AP뉴시스)

우즈 없는 오거스타는 여전히 들썩였다. 타이거 우즈(39ㆍ미국)의 결장으로 동네잔치가 우려됐던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시즌 첫 메이저 대회 마스터스 토너먼트(총상금 800만 달러ㆍ84억3900만원)가 성대한 막을 내렸다.

미국 조지아주의 시골마을 오거스타는 전 세계에서 몰려든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대회기간에는 일반 숙박업소 요금을 비롯해 오거스타 지역 물가가 평소보다 2∼3배는 비쌌다. 골프장 인근 식당에는 ‘마스터스 메뉴’가 고가에 팔려나가는 등 오거스타를 찾은 관광객들의 ‘마스터스 추억 만들기’가 이어졌다. 놀랄 만한 사실은 스폰서도 없이 폐쇄적 마케팅으로 이룩한 성과라는 점이다.

마스터스만의 오랜 전통과 철저한 코스관리, 엄격한 회원제(후원자) 운영 등 마스터스 토너먼트의 성공 요인은 셀 수 없이 많다. 그러나 마스터스의 흥행 뒤에는 PGA와 지역 주민의 보이지 않는 협업이 존재한다. 폐쇄적이지만 원칙과 기본에 충실하고, 고답적이지만 소박한 전통을 지켜냈기 때문이다.

오거스타는 마스터스 개최로 전 세계인이 주목하는 관광지가 됐지만 아무런 변화도 시도하지 않았다.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은 1933년 미국의 전설적인 골퍼 보비 존스(1902~1971)에 의해 개장했고, 이듬해인 1934년부터 오거스타 내셔널 인비테이션 토너먼트라는 이름으로 대회가 시작됐다. 그러나 관광객 유치와 수익 창출을 위해 상업 시설을 늘리거나 자연을 훼손하는 등 무리한 개발은 추진하지 않았다. 고집스러울 만큼 오거스타의 옛 모습을 지켜냈다.

무분별한 관광지 개발에 환경 훼손 몸살을 앓고 있는 우리와는 많이 다르다. 그렇다고 국내에는 골프대회를 통해 유명 관광지가 된 곳도 없다. 제주도를 제외하면 지자체와 골프대회가 협업하는 모습도 볼 수 없다. 골프대회가 열린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지역 주민도 적지 않다.

아쉬운 것은 지자체 주관 축제가 한해 1400여 개나 열린다는 사실이다. 지자체는 축제를 위해 한해 5000억~9000억원의 예산을 쏟아 붓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산 중 상당 부분은 인기가수 섭외나 각종 공연 준비에 투입된다. 1400여 개의 축제가 전부 눈요기꺼리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올해 국내 남녀 프로골프대회(KPGAㆍKLPGA 정규투어)는 총 44개다. 그중 서울ㆍ경기를 제외한 지방 도시에서 개최되는 대회는 30개 이상이다. 프로골프대회는 작은 규모라도 선수와 가족, 스폰서ㆍ주관사(진행요원)ㆍ언론 관계자, 갤러리 등을 모두 합하면 3000~5000명이 해당 지역을 찾는다.

축제 관광객 유치와 홍보ㆍ마케팅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지자체로서는 골프대회와의 협업에 눈을 돌려야 하는 이유가 충분하다. 지자체는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 높은 경제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골프대회장을 찾은 갤러리는 골프뿐 아니라 해당 지역의 새로운 볼거리와 먹을거리를 접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골프에 대한 오해와 편견의 벽을 허물어야 한다. 특정인만을 위한 축제가 아니다. 지자체의 적극적인 협업으로 지역 축제를 전 세계인의 축제로 발전시킨 마스터스도 처음엔 그랬다. 거창하지 않지만 내실이 있고, 화려하지 않아도 짜임새 있는 골프대회, 마스터스도 그렇게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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