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노후준비를 할 때 몇 살까지 산다고 가정해야 할까? 참 고민스러운 점이다. 기대수명을 짧게 잡고 돈을 다 써버리면 곤란하다. 반대로 무작정 100세를 넘긴다고 가정하면 돈을 매우 아껴 알뜰하게 길게 나눠 써야 한다. 이렇게 은퇴설계에서 기대수명을 정하는 일은 참으로 중요하다.
정부는 2010~2060년의 50년간 우리나라 인구를 추정해 발표한 바 있다. 이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총인구는 2030년 5216만명까지 증가했다가, 급속도로 감소해 2060년에는 4396만명으로 줄어든다. 모두가 잘 알다시피 인구변화는 예측 확률이 매우 높은 자료다. 천정부지로 상승하는 교육비와 경기침체 등으로 인해 단기간 내에 출산율이 급등하기란 어려워서 인구변화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자료의 성격을 갖는다.
흥미로운 사실은 인구를 장기적으로 예측하려고 국민의 기대수명을 가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정부는 남자의 기대수명은 현재 77.2세(2010년 기준)에서 향후 86.6세(2060년 기준)로 증가하며, 여성의 기대수명은 현재 84.1세에서 90.3세로 늘어난다고 추정하고 있다. 즉 남성은 앞으로 30년간 기대수명이 매년 3.8개월씩, 여성은 매년 2.5년씩 각각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은퇴를 준비하는 중년들은 기대수명을 얼마나 잡아야 할까? 50세 남성의 경우 기대수명은 80세이며, 여성은 86세다. 남성의 경우 앞으로 매년 3.8개월씩 수명이 증가되면 약 9.5년 수명이 늘어난다. 따라서 80세가 아니라 89.5세가 되므로 대략 90세까지 생존할 것 같다. 이미 세계에서 6번째로 기대수명이 긴 우리나라 여성들의 경우 매년 2.5년씩 수명이 늘어나면 6.3년의 수명이 더 늘어나므로 93세 정도까지 생존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 글을 보고 있는 중년의 남성들은 90세를 기준으로 노후준비를 해야 한다. 그런데 자신의 부모가 장수했다든지, 중년이 되었는 데도 고혈압과 당뇨병이 없다면 아마 수년 더 생존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낙천적인 성격으로 사람들을 잘 사귀고 남보다 키가 작고 왜소하다면 이 또한 장수체질에 해당한다. 이런 유형은 95세로 가정해도 무방할 것이다.
여성도 남성과 마찬가지로 부모의 장수 여부, 본인의 생활습관과 체형을 따져보고 만약 신체나 정신적 상태가 좋다면 위에서 추정된 93세보다 5살 정도 더 생존할 것으로 가정해야 한다. 이렇게 노후준비를 위한 수명을 추정하는 데도 막연하게 100세 시대라고 하지 말고 많은 점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자신의 기대수명을 추정할 때 가장 조심해야 할 점은 기대수명을 넉넉하게 길게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가정한 기대수명보다 더 생존하는 기간을 장수위험이라고 한다. 잘 마련된 노후준비란 장수위험이 없도록 준비하는 것을 말한다. 즉 자신이 가정한 기대수명보다 더 살면 곤란하다는 말이다. 인간의 수명을 알 수 없으니 기대수명을 약간 넉넉하게 가정할 수밖에 없다. 100세 시대가 막연하게 위협을 가하는 말이 아니라 과학적 근거가 있다는 점을 잘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