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사외이사 교체 바람…‘방패막이’ 지고 전문성 띤 교수 뜨고

입력 2014-03-17 10:30 수정 2014-03-17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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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임 한도 5년 채우는 관행 사라져

주요 금융지주사와 은행들은 이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를 대거 물갈이할 예정이다. 표면적으로 전임 경영진 시절 선임했던 사외이사들을 내보내는 등 연임 한도인 5년을 꽉 채우는 관행이 사라지고 현 경영진 친정체제를 강화하는 인사들이 대폭 기용될 전망이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과거 방패막이로 활동했던 권력기관 출신들을 배제하고 전문성을 강조한 교수출신 인사들이 대거 영입됐다는 점이다. 그러나 새로운 사외이사 후보들이 경영진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어 고질적으로 지적됐던 사외이사 거수기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하나금융는 총 8명의 사외이사 중 4명을 교체했다. 임기 5년을 모두 채운 허노중 이사회 의장을 제외하고 나머지 3명은 재추천받지 못했다. 이들 사외이사는 김승유 전 회장에 우호적인 것으로 평가됐던 인물들이다. 김정태 현 회장이 김 전 회장과 본격적인 선긋기를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하나금융은 정창영 전 코레일 사장, 김인배 이화여대 교수, 윤종남 변호사, 송기진 전 광주은행장 등을 새로운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김 전 회장이 2012년 퇴임 이후 유지하던 고문직을 완전히 내려놓는 것과 맞물려 김 회장의 친정체제가 강화되는 모습이다.

KB금융 역시 임기가 만료되는 7명의 사외이사 중 3명을 교체했다. 5년을 채운 조재목 에이스리서치 대표를 제외하더라도, 연장이 가능했던 이영남 노바스이지 대표는 지난해 말 자리에서 물러났다. 어윤대 전(前) 회장이 추진했던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 당시 찬성표를 던진 배재욱 변호사도 일신상의 이유로 연임을 고사했다.

3인의 공석에는 조재호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와 김명직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 신성환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가 추천됐다. 학자 출신이면서도 금융당국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이들 사외이사를 영입해 임영록 회장의 친정체제를 강화하려는 조치로 분석된다.

신한금융은 이달 말로 임기가 만료되는 총 9명의 사외이사 중 임기 5년을 채운 윤계섭 서울대 교수와 이정일 평천상사 대표 등 2명을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와 정진 ㈜진코포레이션 회장으로 교체했다.

우리금융은 교체 폭이 가장 크다. 임기가 만료된 5명의 사외이사가 모두 물러났다. 대신 4명을 새로 선임하면서 자연스럽게 자리 1개를 줄였다. 오상근 동아대 교수와 최강식 연세대 교수를 신규 선임했다. 민영화 단계를 밟고 있는 우리금융은 경남·광주은행을 우리금융에서 떼어내고 나면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이 합병되는 만큼 이사회 조직을 축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사외이사 교체 바람을 두고 금융사들이 고수했던 자동 재추천 관행에 제동이 걸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연초 카드사 정보유출에 이어 대출사기 사건까지 연이어 터지면서 경영진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한 사외이사 책임론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이 같은 결과를 초래했다는 분석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사 사외이사는 전문성을 인정받아 다른 분야로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이 된다는 점에서 인기가 높다”며 “주총을 앞둔 금융회사들은 자율적 판단으로 사외이사 후보들을 선택했으며 사외이사들의 면면은 교수와 법조인, 그리고 금융계 출신의 전문가들로 포진됐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권에서는 사외이사들이 여전히 경영진이나 금융당국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직 최고경영자(CEO)와 사외이사가 위원으로 참여하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 구성부터 바꿔 근본적인 개혁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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