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건축가 고(故) 김수근 선생이 세운 공간종합건축사사무소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조기 졸업하고 필동에서 새 출발을 하게 됐다. 지난해 1월 회생절차가 개시된 지 1년 2개월 만이다.
공간건축은 당초 법원에서 인가받은 채무변제계획에 따라 2022년까지 10년간 부채 500억 원을 나눠 갚게 돼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종로구 공간 사옥을 아라리오 갤러리에 150억원에 매각하는 등의 노력으로 84%에 달하는 420억 원을 조기 상환했다.
공간은 우리나라 1세대 건축가인 김수근 선생이 1960년 세운 회사로 잠실 올림픽주경기장 등을 설계한 국내 대표적인 건축사사무소다. 올해 충무교회와 청도 한국코미디창작촌, 시몬스 본사와 물류센터 등을 수주해 진행하고 있으며 최근 준공한 '남극 장보고 기지'를 비롯해 오는 8일 준공하는 광주야구장, 현재 공사 중인 대구야구장도 공간이 설계한 작품이다.
하지만 양재동 화물터미널개발사업(파이시티)에서 설계 비용을 받지 못하는 등 국내외 건설 경기 악화와 잇단 프로젝트 중단 혹은 지연으로 타격을 받아 2012년 12월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때문에 김수근 선생이 애정을 보였던 월간지 '공간(SPACE)'의 발행권을 다른 매체에 넘겨야 했고 김수근 선생이 1971년 설계한 공간 사옥도 매각해야 했다.
공간은 지난 1월 수십 년간 머물던 원서동 공간 사옥을 떠나 중구 필동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새 출발을 준비하고 있다.
이상림 공간그룹 대표는 "새로운 필동 시대를 열겠다"며 "남은 숙제는 한국 건축계에서 공간이 점한 위치를 성실히 수행하는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