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는 우선 임금피크제를 전제로 한 정년 60세 보장에 찬성하지 않고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관계자는 “사업장 실정에 맞게 노사가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임금피크제 도입 시 임금손실 보전 등의 보호장치 마련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직장 생활 초기 낮은 임금으로 일한 것을 고려하지 않고 나이가 들어 생산성이 떨어진 부분을 그대로 임금 삭감에 반영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의견이다.
이 때문에 노동계 일각에서는 임금피크제 도입에 앞서 생애 주기의 임금 총액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경우 퇴직금이 크게 줄어드는 것도 노동계가 우려하는 부분이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특정 시점부터 임금이 줄면 퇴직금 역시 감소한다. 퇴직금이 줄면 이로 인한 ‘노후 빈곤’ 문제가 커질 것으로 노동계는 보고 있다. 실제 우리나라의 노후 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인 45.1%에 달한다.
한국노총의 자체 조사 결과 근로자들은 임금 조정을 원하지 않았다. 한국노총이 최근 소속 344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정년 연장 방식으로 ‘순수연장형’을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순수연장형은 임금 조정 없이 퇴직 나이만 연장하는 방식이다.
반면 경제단체가 조사한 임금피크제에 대한 근로자의 의견은 달랐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임금피크제에 대해 ‘정년 60세 연장에 따라 도입해야 한다’는 근로자의 의견이 66.8%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 외에 ‘도입할 필요는 없다’가 13.6%, ‘잘 모르겠다’가 19.6%였다. 물론 한국노총과 경총의 자체 조사는 질문 방향이 서로 달라 절대 비교가 어렵다. 결과보다는 서로의 입장가 첨예하게 엇갈린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임금피크제가 법적으로 강제성을 띠지 않는 것도 이 제도가 적극 도입되지 않는 이유다. 노동계에서는 정년 60세 연장이 법적으로 보장되는 마당에 강제성이 없는 임금피크제를 굳이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
기업 관계자는 “논의가 진척되기 위해서는 정년 60세 연장에 따른 임금피크제 도입의 당위성을 얘기해야 하는데 서로의 논리가 명확해 접점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도 현 상황을 인식하고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노사정 사회적 논의 촉진을 위한 소위원회’에서는 임금피크제뿐 아니라 통상임금 범위 확대, 근로시간 단축, 정년연장과 같은 굵직한 노동 현안을 다루게 된다.
그러나 최적의 합의점을 찾기 위한 ‘시간이 부족하다’고 노사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통상임금 범위 확대는 이미 지난해 말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정년 60세 연장의 본격 실시는 1년 10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근로시간 단축도 조만간 법제화될 전망이다. 따라서 노사정 대화가 합의점을 빠르게 내놓지 못할 경우 올해 노사의 임금·단체협약은 큰 진통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