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억원대 대출사기 사건의 핵심 인물인 서정기 중앙티앤씨 대표를 둘러싼 의혹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어지고 있다. 이투데이가 서 대표의 회사와 자택을 중심으로 집중 취재한 결과, 이번 사건에 연루된 협력사들이 입주한 곳이 불법 건물인 것으로 밝혀졌다. 서 대표 자택의 경우 최근 새 입주자가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계약금을 전달받은 인물은 서 대표가 아닌 여성 김모씨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경찰의 압수수색 여파로 이 건물은 거의 폐쇄된 상태였다. 굳게 잠긴 문 너머로 쌓여 있는 신문과 광고 전단만이 눈에 들어올 뿐 인기척이라곤 느낄 수 없었다.
발길을 돌리려던 찰나 입구 앞에서 한 남성과 마주쳤다. 그는 “대출사기 사건이 터진 후 직원들은 보이지 않는다”며 “우리도 곧 건물에서 나가야 한다고 해서 짐을 정리하러 왔다”고 설명했다.
확인 결과 이 남성은 엔에스쏘울F&S의 모바일 액세서리 업체인 엔조이스마트 직원으로 밝혀졌다. 엔에스쏘울F&S는 사기대출과 관련해 최근 추가로 지정된 곳이다. 이곳의 자회사 격인 엔조이스마트가 지하에 위치하고 있었던 것.
엔조이스마트 직원은 자신들은 이 건물의 세입자일 뿐 이번 사건에 연루된 기업들과는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회사 로고가 새겨진 차량이 5~6대나 주차된 상태였고 차에서 발견된 엔조이스마트 직원의 명함에는 엔에스쏘울F&S가 모회사로 적혀 있었다. 기자는 엔조이스마트 직원에게 전화 통화를 시도했지만 결번이었다.
이 건물에는 중앙티앤씨, 엠스타일, 엔에스쏘울, 엔에스쏘울F&S, 엔조이스마트가 모두 모여 있다. 이 가운데 압수수색을 받은 곳은 중앙티앤씨, 엔에스쏘울, 엔에스쏘울F&S뿐이다.
압수수색에서 제외된 엠스타일의 경우 중앙티앤씨의 자회사인 중앙인터렉티브의 사내이사를 맡고 있는 김선희씨가 대표로 있는 곳이다. 엔에스쏘울F&S의 자회사 격인 엔조이스마트도 압수수색은 받지 않았다.
관련 업체들이 모두 한 건물에 입주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사실상 이들 협력업체가 한통속이었다는 추측이 가능해지는데, 그렇다면 이들은 왜 한 건물에 모였고 입주를 주도한 사람은 누구일까.
본지는 등기부등본을 통해 이레빌딩의 건물주를 찾기로 했다. 이 건물이 서정기 중앙티앤씨 대표 또는 전주엽 엔에스쏘울 대표의 소유라는 것이 확인되면 자금의 출처 및 용처 등이 수면 위로 드러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확인 결과 이레빌딩의 건물주는 박모씨였다. 특히 소유주 외에 등기에 기재된 건물 내역(지하 1층~지상 2층)과 실제 건물 상태(지하 2층∼지상 4층)가 다르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이레빌딩은 불법 건축물인 셈이다.
기자는 곧바로 박모씨의 집을 찾아갔지만 그를 만날 순 없었다. 그러던 중 박모씨가 이레스틸이라는 금속회사의 대표로 재직 중인 점을 확인, 수차례 통화를 시도한 끝에 연락이 닿았다. 그러나 그는 “서 대표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으며 빌딩의 건물주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박모씨는 “2년 반 전에 엔에스쏘울 대표와 임대 계약을 맺었다”며 “한 건물을 다 임대한 후 자기들끼리 여러 회사를 입주시킨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임대가격을 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월세로 1400만원 정도 받았다”며 “입주한 업체들은 이 건물을 임대하기 전에 선릉 쪽에 있었던 것으로 안다. 자금 사정이 크게 어렵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박모씨는 이어 “서정기라는 사람은 본 적이 없고 임대 계약은 엔에스쏘울 대표, 이사(조모씨)와 체결했다”며 “나는 임대를 해준 것 외에 그들 회사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