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정작 아베노믹스가 실패했다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아베노믹스의 3번째 화살인 성장전략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이번 통상국회를 ‘호순환 실현국회’로 규정하였다. 주가상승과 엔저 효과를 임금상승으로 연계시켜 소비를 자극함과 동시에 대담한 규제완화로 올해에는 성장전략에 본격 시동을 걸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아베 총리는 국회 발언에서 “나는 다보스 회의에서 향후 2년 안에 ‘암반규제’를 나의 드릴로 돌파하겠다”고 발언한 것을 강조하면서 규제 전반에 대해 신속하게 구체적 검토를 한 후에 3월 중에 각의에서 결정하겠다고 했다.
이러한 아베 총리의 규제완화 의지에도 불구하고 성장전략을 의문시하는 시각이 불거지기 시작하고 있다. 최근 주가 하락이 그 증거이다. 2013년 일본 주식의 외국인 순매입액은 약 15조엔이었다고 한다. 외국인들은 아베 총리의 규제완화로 성장전략이 개화하면 기업 수익이 증가할 것이라고 기대한 측면이 컸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새해 들어 외국인은 매도세로 돌아섰다. 아베노믹스의 성장전략에 대한 실망감과 4월부터 실시하는 소비세 인상(5%→8%)이 기업수익을 압박할 것이라는 예상이 컸기 때문으로 보인다. 일본 주식시장은 이제 금융완화의 약발이 다해가고 새로운 “재료”를 찾고 있으나 아직 이것이 안 보인다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 아베 총리의 정치적 횡보도 아베노믹스의 성공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의 전 편집장이며 지일파 저널리스트로 잘 알려진 빌 에모토(Bill Emmott)씨는 닛케이비즈니스 온라인의 기고문(2014. 1. 29일자)에서 ‘지난 1개월 정도의 (아베 총리의 횡보는) 2014년에 아베 총리와 그의 리더십 하에서 일본의 역할에 대해 가졌던 낙관과 칭송의 기대를 우려와 불안으로 변하게 했다. 몇 가지 이유가 있으나 결정적인 요인은 2013년 12월 26일에 아베 총리가 고의로 도발적으로 행한 야스쿠니 참배이다’라고 했다. ‘아베 총리의 동기, 판단력, 정치문제의 우선순위에 대해 그동안 고개를 갸우뚱했던 무드가 지금은 적극적인 의심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하면서 아베 총리의 리더십에 대해 2가지 의문을 제기했다. 첫째는 민주주의 국가이며 같은 미국의 동맹국으로 가장 가까운 이웃인 한국과 정상회담조차 열지 못하는 아베 총리의 리더십은 도대체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라는 것이며, 둘째는 아베노믹스가 농업이나 의료 등 분야의 특별이익단체들에 대해 근본적인 개혁과 구조완화를 단행하지 못한다면 일본의 장래를 바꾸겠다는 아베노믹스에 무슨 기대를 할 수 있겠는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금융완화에만 의존하는 것은 도박이며, 올해 세계는 일본의 이러한 약점을 우려하는 한해가 될 것이라고 했다.
아베 총리가 본격적으로 규제완화를 추진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자민당 내에서 각종 이익단체를 대표하는 ‘족의원’들이 규제완화를 반대하고 있고, 또 관료들도 이에 저항하고 있기 때문에 규제완화가 아베 총리의 의지대로 진척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작년 ‘산업경쟁력회의’ 민간의원으로 일본 최대 인터넷판매기업인 라쿠텐(樂天)의 미키타니(三木谷浩史)씨를 영입한 것도 암반규제를 돌파하려는 의지를 보이기 위해서였으나, 미키타니 사장은 대중약의 인터넷 판매 규제를 보면서 벌써 아베 총리의 규제완화의 의지를 의심하는 성명을 발표하였다.
박 대통령도 최근 “규제개혁은 꿈까지 꿀 정도로 생각을 하고 계속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진돗개 정신으로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했다. 규제완화에 진돗개 정신을 강조한 것이나 드릴로 암반을 뚫겠다고 한 것은 규제완화의 어려움을 상징하는 말들이다. 규제완화로 새로운 성장분야로 자원을 흐르게 하여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고용과 소득을 늘려야 하는 과제에는 한국과 일본이 다를 것이 없는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