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적극적 경기부양책인 아베노믹스의 약발이 다할 조짐이다.
아베노믹스의 미진한 개혁에 실망한 해외투자자들이 엔과 주식 등 일본자산에서 손을 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10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지난주 해외시장에서는 헤지펀드 대부인 조지 소로스가 일본주식을 매도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고 신문은 전했다.
소로스가 지난달 22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기간 아베 총리를 만나고 나서 실망감에 주식을 매도했다는 것이다. 소로스가 실제로 주식을 매도했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으나 그 때 이후로 엔 가치가 다시 오르고 일본증시에 매도 움직임이 확산된 것은 분명하다고 신문은 강조했다.
예를 들어 도쿄외환시장에서 지난달 23일 달러ㆍ엔 환율은 104.50엔에서 시작해 장중 한때 102.93엔까지 떨어졌다. 다음날인 24일에는 달러ㆍ엔 환율이 101.98엔으로 연중 최저점을 찍기도 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일본증시 닛케이225지수는 지난달 22일 1만6000선 돌파를 눈 앞에 두고 있었으나 23일부터 하락하기 시작했다. 지난 7일 저가매수세 유입으로 반등했으나 여전히 1만4462에 마감해 불과 15일 만에 10% 하락했다.
신흥시장 불안에 글로벌증시가 전반적인 약세를 보였으나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증시 하락폭은 같은 기간 5%였던 것을 감안하면 일본증시 최근 하락세는 더욱 뚜렷한 것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의 지난달 22일 발언도 일본증시 하락세를 부추겼다. 당시 구로다 총재는 “일본의 소비자물가가 올해 말까지 목표인 2%를 향해 꾸준히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투자자들은 이 발언이 앞으로 BOJ가 추가 경기부양책을 실시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아베노믹스에 대한 실망이 일본증시 하락과 엔 가치 반등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해외 투자자 사이에서는 아베 총리가 강조하는 ‘제3의 화살’인 성장전략이 ‘정도를 걷는 것이 아니다’라는 비판이 퍼져 있으며 개혁가로서의 아베 총리 이미지도 후퇴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또 다보스포럼에서는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여파로 동아시아의 지정학적 위험을 우려하는 분위기도 커졌다고 신문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