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후 창업의 위험은 생각보다 크다. 최근 서울신용보증재단에서 발표한 서울시의 자영업실태에 따르면 자영업 창업 후 1차년도 생존율은 81%, 2차년도 67%, 3차년도 54%로 나타났다. 즉 창업 후 3년이 지나면 거의 절반가량이 폐업하게 된다. 중장년들이 가장 많이 창업하는 자영업의 3년 생존율을 보면 한식 음식점 51.5%, 분식집 46.1%, 치킨집 53.2%, 제과점 59.0% 등으로 나타났다. 요즘 경기침체로 수요가 부진한 데다가 중장년 중심으로 창업붐이 일어서 경쟁이 너무 치열하기 때문이다. 결국 은퇴 후 자영업을 창업하는 것은 치밀한 준비와 자금력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
혼자 힘으로 창업하기보다는 협동조합 형태로 설립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생활이 어려운 취약계층이나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적기업이나 비영리단체를 창업하는 방법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비록 경제적 수입은 적지만, 사회봉사를 하면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사회적기업이나 비영리 단체 중에는 사업성이 약해 지원금에만 의존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어느 분야든 창업은 사업가 정신과 치열한 노력이 필요하다.
결국 중장년들이 가장 손쉽게 택하는 방법은 재취업이다. 눈높이를 낮춰서 아무리 보수가 적더라도 이 나이에 일할 수 있다면 행복하다는 생각으로 재취업 시장에 뛰어든다. 중장년들이 재취업을 위해 찾는 곳은 고용노동부가 운용하는 웹사이트 워크넷(www.work.or.kr)이 가장 대표적이다. 그 외에도 전국 25개 지역에 설치돼 있는 중장년 일자리 희망센터(www.4060job.or.kr)도 많이 활용한다. 지난해 말 50대 취업률은 73.2%로 한창 일하는 30대의 73.8% 못지않게 높다. 문제는 재취업의 만족도가 낮다는 점이다. 급여가 낮으며, 임시직 위주로 취업하며, 보조업무가 많기 때문이다.
재취업을 잘하려면 정년 퇴직 후 새로운 기술을 배우거나, 여가활동의 수준을 높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중장년들이 좋아할 만한 업종이 매우 많다. 예를 들어 정원사(가드너)를 들 수 있다. 대학이나 전문기관에서 1~2년간 배우면 가드닝 관련 창업이나 재취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렇게 자신이 새로운 좋아하는 분야를 개척해 일거리를 스스로 만들어내는 창직(job creation) 마인드가 은퇴자들에게 요구된다. 만약 자신이 애호하는 스포츠, 음악, 미술과 같은 분야가 있다면 그런 분야에서 일거리를 만들어내고 이를 사회봉사나 자아실현으로 연결할 수도 있다. 급한 마음에 과거 자신이 종사하던 직업이나 업종에서 일자리를 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
은퇴 후 경제활동은 자아실현과 여가활동, 사회봉사가 가미되는 일거리가 되어야 한다. 이제부터 좀더 다른 시각으로 준비해 보자. 외국의 사례를 많이 살펴보고, 좋은 재교육 기회를 가지도록 노력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