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태양광 시장이 중국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한 중국 태양광 기업들의 물량 공세에 기존 강자였던 유럽과 미국 기업들이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중국 기업의 행보에 글로벌 시장이 좌지우지될 정도로 2014년 중국은 태양광 업계의 ‘큰손’으로 등극했다.
더 무서운 것은 중국 정부의 든든한 지원이다. 중국 정부는 자국 태양광 산업 보호를 위해 보조금 정책은 물론, 외국산 제품에 대한 반덤핑 과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에 중국 기업들은 글로벌 태양광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워나가는 동시에 자국 내 안정적인 내수 시장까지 확보하면서 유럽, 미국, 한국기업들과의 격차를 더욱 벌리고 있다.
◇중국, 태양광 시장서 가파른 성장 =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중국의 태양광 발전시장은 약 12GW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난해의 8~9GW에 비해 약 30% 늘어난 규모이자, 올해 글로벌 태양광 발전시장 전망치인 40GW의 3분의 1에 달하는 수치다.
기존 거대 시장이었던 독일 등 유럽국가들은 태양광 시장에서 성장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반면, 중국은 잠재 수요가 크고 정부의 산업 육성 의지도 높아 성장 가능성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크다는 분석이다.
실제 중국은 2011년부터 산업 육성 차원에서 일종의 보조금 정책인 발전차액지원제도(FIT)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중국 업체들은 1kWh당 최대 1위안(한화 약 180원)까지 보조금을 지원받는다. 여기에 최근 미국산 폴리실리콘에 최고 57%의 반(反)덤핑 과세를 부과하는 등 정부의 자국 산업 보호정책도 중국 업체들의 경쟁력을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다.
SNE리서치 정호철 이사는 “중국의 반덤핑 과세 부과 등으로 상대적으로 기존 미국, 유럽산 제품의 가격이 높아지면서 판매량도 줄어드는 추세”라며 “이것이 중국 업체들의 판매 증가로 이어지면서 타 국가들과의 격차를 더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휩쓰는 중국 업체들의 경쟁력은 = 이 같은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는 중국 태양광 기업들이 점차 늘고 있다. LDK, GCL, 선텍, 잉리솔라, 트리니솔라, 캐나디안솔라, 자(JA)솔라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지난해 불황이었던 태양광 시장 상황에서도 잉리솔라, 트리나솔라, JA솔라 등은 지난 3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눈길을 끌었다.
잉리솔라는 2012년 말 기준 웨이퍼 1.4GW, 셀 2.1GW, 모듈 2.4GW를 지닌 세계 1위 모듈 기업이다. 2007년 뉴욕 주식시장에 상장돼 3억2000억 달러를 조달한 이후 적극 투자를 진행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트리나솔라 역시 웨이퍼 1GW, 셀 1.8GW, 모듈 1.9GW의 생산능력을 보유한 기업으로 웨이퍼와 모듈 분야에서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 밖에도 태양광 수직계열화를 이룬 중국 대표 태양광기업 LDK, 폴리실리콘 글로벌 4대 업체 중 하나인 GCL, 최근 발전시장까지 뛰어들며 영역을 확대한 캐나디안솔라 등도 눈여겨 볼 중국 태양광 업체들이다.
이들 중국 태양광 기업들의 가장 큰 경쟁력은 가격이다. 보통 GW 규모로 세워지는 생산공장에서 나오는 규모의 경제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국내 한 태양광업체 관계자는 “폴리실리콘에서부터 잉곳·웨이퍼, 모듈까지 모든 부분에서 중국업체들이 전체 시장 가격을 낮추고 있다”면서 “특히 중국 모듈업체의 경우 보통 국내 기업들보다 와트당 약 100~200원 저렴한 편이어서 경쟁이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태양광조사기관 PV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태양광 모듈 평균 가격은 와트당 0.68달러다. 와트당 0.7달러 수준으로 알려진 국내 대기업 A사의 가격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중국 기업들의 저가 물량공세 영향이다.
여기에 셀·모듈 경쟁력 중 하나인 광변환 효율이 유럽이나 국내 제품들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는 것도 무서운 부분이다. SNE리서치 정호철 이사는 “중국 기업들의 제품은 범용제품 라인에서 효율은 어느 국가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고, 18~20%의 고효율 분야에서도 점차 기술 격차를 줄여나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구조조정 후 경쟁력 더욱 강화될 듯 = 2012년부터 불어닥친 태양광 업황 불황으로 인해 전 세계 기업들은 구조조정 폭풍을 맞은 바 있다. 중국 역시 군소 태양광 업체들이 대거 폐업하며 경쟁력 있는 기업들로 재편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구조조정 상황에서 중국 태양광 기업들의 점유율은 오히려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수출입은행 산업투자조사실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모듈 생산용량은 41GW로 전 세계 모듈 시장의 80%를 차지했다. 이 중 중국의 상위 15개 기업의 생산용량은 17GW로 2012년 대비 1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기업들이 유럽과 내수시장 수요를 기반으로 점유율을 점차 높여가고 있는 형국이다.
또한 중국 기업들은 최근 태양광 시장이 급성장 중인 일본 등 신흥시장에까지 눈길을 돌리는 등 사업 지역도 점차 넓혀가고 있다. 특히 일본에선 중국 잉리그린에너지와 트리나솔라가 진출해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까지 나서면서 현지 점유율 확대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상위 10개 업체로 재편되면서 전 세계 점유율 확대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면서 “신흥시장까지 중국기업들이 저가 공세로 모두 차지하게 되면 향후 업황이 개선되도 국내 태양광 업체들이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