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과 정용진. 유통가의 양대 총수가 투자 확대를 선언하며 올해 ‘유통 대전’의 불을 지폈다. 유통업종에서의 투자는 제조업과 달리 소비자와 직접 맞닿은 대형 매장들이 늘어난다는 의미인 만큼 이들의 결단이 국내 유통지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포문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먼저 열었다. 정 부회장은 이달 6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임원 120여명과 함께 그룹 경영전략을 논의하고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 계획을 확정했다.
정 부회장은 이날 “기업이 해야 할 최대의 사회적 공헌은 고용을 창출하고 투자를 통해 사회를 발전시키는 것”이라며 “향후 경제 상황에 따라 투자ㆍ채용 규모를 더 늘리는 방안도 검토하는 등 내수경기 안정에 기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2조4000억원을 투자한 신세계는 올해 이보다 8.3% 늘어난 2조6000억원을 신성장동력 확보에 쏟아붓는다. 올해 문을 여는 이마트 6곳과 2016년 오픈 예정인 하남 교외형 복합쇼핑몰, 고양 삼송지구 복합쇼핑몰, 동대구 복합환승센터, 김해 복합터미널 등에 집중 투자한다. 더불어 중기적으로 온라인 장보기와 백화점몰 사업을 강화하고, 통합사이트인 ‘SSG 닷컴’의 사업영역 확장, 온라인 전용물류센터 확대 등을 추진한다.
정 부회장은 앞으로 10년간 매년 2조~3조원 이상의 투자를 진행하는 등 내수 경기 활성화에 기여하기로 했다. 그는 “향후 10년간 새로운 유통 업태 발굴, 집중 투자를 통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할 계획”이라며 “혁신이 우리를 그 길로 이끌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신세계는 오는 2023년까지 백화점ㆍ이마트 12조8000억원, 쇼핑센터ㆍ온라인ㆍ해외사업 13조8000억원, 기타 브랜드 사업 4조8000억원 등 총 31조4000억원을 투자한다. 또한 협력 사원을 포함해 17만명(연평균 1만7000명)을 창출할 방침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올해 대규모 투자를 계획 중이다. 앞서 신 회장은 지난해 11월 말 열린 그룹 사장단 회의에서 “국내외 상황이 어렵다고 해서 성장을 포기할 수는 없다”며 “유통ㆍ서비스 부문의 강한 핵심 역량을 바탕으로 우리가 잘하는 분야로 사업을 확대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더불어 “지속적인 신제품 개발과 해외사업 확대, 인수·합병(M&A)과 신규 사업 발굴을 통해 끊임없는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성장동력 확충에 대한 신 회장의 의지가 어느 때보다 강한 만큼, 롯데그룹의 올해 투자금액이 지난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던 6조8400억원보다 많은 7조원을 넘길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그룹은 백화점·마트, 해외사업 등 부문별 투자 계획을 확정해 이달 말께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