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한류 스타에만 의지할 것인가 [유혜은의 롤러코스터]

입력 2014-01-06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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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한류 스타가 출연하는 드라마는 빼놓지 않고 보고 있어요. 재미가 없어도 팬이니까 참으면서 봐요.”

어느 한류 스타를 좋아하는 일본팬의 고백이다. ‘먼저 반한 사람이 지는 것’이란 말이 있지만 이쯤 되면 가혹하다. 많은 한류팬들이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다. 팬들도 자신의 충성심에 한계를 느끼는 순간이 오기 마련이다.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메디컬탑팀’(MBC)의 제작발표회 현장에는 권상우와 주지훈의 일본 팬클럽이 빼곡이 들어찼다. 그러나 이 작품은 초반의 기세가 무색하게 한자릿수대 시청률을 넘지 못하고 막을 내렸다.

‘한류 프린스’ 장근석을 앞세운 ‘예쁜 남자’(KBS) 역시 5% 이하의 시청률에서 벗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의학 드라마다운 재미와 러브라인, 어느 쪽도 제대로 잡지 못한 ‘메디컬탑팀’과 기존의 캐릭터를 그대로 답습한 장근석이 출연하는 ‘예쁜 남자’에 시청자들은 등을 돌렸다. 그러나 국내 흥행에 실패한 작품이라도 한류 스타만 출연하면 일단 수출길은 보장된다. 방송사와 제작사는 이 점을 이용하고 있다.

한류 열풍을 불러온 것은 스타가 아니라 콘텐츠였다. ‘대장금’의 이영애나 ‘겨울연가’의 배용준이 처음부터 한류 스타는 아니었다. ‘대장금’과 ‘겨울연가’란 작품의 내용에 흥미를 느낀 이들이 장금이와 준상이란 캐릭터에 빠져들었고, 뒤이어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의 팬으로 거듭나는 순서를 밟았다. 탄탄한 콘텐츠가 있었기에 ‘욘사마’가 일본 열도를 호령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완전히 주객이 전도됐다. 방송사와 제작사는 해외 수출을 위해 초특급 한류 스타를 모셔오는 데 안간힘을 쓴다. 주연 배우에 높은 몸값을 지불하면 작품 자체에 투자할 여력이 없다. 결국 겉모습은 번지르르 하지만 그 안에 실속은 찾아볼 수 없는 드라마가 양산된다. 국내 시청자가 봐도 부실한 콘텐츠는 밖에 나가도 ‘새는 바가지’의 꼴을 면치 못한다.

여기저기서 한류가 끝물이란 이야기가 심심찮게 나온다. 그것이 과연 한류팬들의 변덕 때문일까. 깊이 생각해봐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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