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그때마다 희망의 소식이 들려왔다. 연초 신정부 기대감이 지수의 하방 경직성을 다졌고,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10조원 돌파는 증시 ‘바로미터’의 건재함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44일간 지속된 외국인 최장 순매수는 한국 증시의 밸류에이션 매력을 부각시켰고,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출구전략 결정은 미국 통화정책 불확실성을 해소시켰다.
이같은 호악재가 맞물리면서 지수는 방향성 없는 오르내림을 반복했다. 연고점과 연저점 차이가 280포인트에 불과하다. 지난해와 비슷한 박스권이다.
◇상반기, 1780P ‘연저점’ = 1분기 증시는 4분기 기업들의 어닝쇼크와 환율 스트레스로 인해 하강곡선을 그렸다. 북한의 3차 핵실험 소식은 지정학적 리스크를 키웠고 중국 규제리스크에 유럽의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면서 투자심리를 억눌렀다.
다행히 3월 들어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신정부 효과가 반영되기 시작했다. 일자리, 창조경제, 육아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수혜 종목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집권 1년차 증시는 대부분 상승 흐름을 보인다는 전망도 훈풍(薰風) 을 불어넣었다.
잘 나가던 지수는 5월 말 출구전략 암초를 만나면서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연준, Fed) 의장이 양적완화 축소를 언급하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것이다. 이에 1900~2000선에서 움직이던 코스피지수는 6월 1780선까지 미끄러지며 연중 최저점을 찍었다. 한달 만에 10% 넘게 급락한 것이다.
이에 투자심리도 극도로 위축됐다. 연초 이후 거래대금은 958조7000억원을 기록하며 2006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코스피 거래대금은 2008년 1287조1000억원, 2009년 1466조2000억원, 2010년 1410조5000억원, 2011년 1702조원, 지난해 1196조2000억원으로 매년 1000조원을 넘겨왔다. 개미들의 이탈로 지난해 강세를 보였던 중소형주들은 그야말로 ‘죽’을 쒔다.
◇하반기, 2059P ‘연고점’ = 하반기 들어서면서 ‘테이퍼링=글로벌 경기회복’이란 인식이 확산되면서 지수는 반등에 나서기 시작했다. 미국, 유럽의 경기지표들이 호조를 보이면서 이같은 전망에 힘을 실어줬다.
특히 중국이 맞춤형 경기부양책을 시행한 것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이에 코스피지수는 9월 들어 본격적 반등에 나서기 시작했다. 6월 1780선까지 밀려났던 코스피지수는 10월 말 2059까지 치솟으며 연고점을 경신했다.
견인차는 단연 외국인이었다. 외국인은 8월 23일부터 10월 30일까지 44거래일 연속 최장(最長) 순매수 행진을 이어가며 14조4000억원 어치를 쓸어담았다. 외화 유동성이 풍부하고 재정 건전성이 탄탄한 한국을 집중적으로 사들인 것이다. 증시‘바로미터’ 삼성전자가 시장 예상을 깨고 3분기 사상 첫 10조원 영업이익을 돌파했다는 소식도 큰 호재가 됐다.
증시가 활기를 띠면서 꽁꽁 얼어붙었던 기업공개 (IPO)시장도 온기가 돌았다. 현대로템, 신송홀딩스 등 대어들이 줄줄이 시장에 입성하면서 공모주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계사년 마감이 사흘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회복하며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테이퍼링 실시로 통화정책 불확실성 사라지면서 연말 ‘산타랠리’ 기대감이 지수를 견인할 것이란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