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이 이마트에 각자대표제를 도입하는 등 정기인사를 실시했다. 관심을 모았던 정용진 부회장의 회장 승진이나 구학서 그룹 회장에 대한 인사는 없었지만, △각사 책임경영 △신사업 강화 △신임임원 확대라는 키워드를 앞세웠다.
신세계그룹은 김해성 그룹 전략실장을 1일자로 전략실장 겸 이마트 경영총괄부문 대표이사로 발령했다. 그룹 관계자는 “사업의 전문성 및 과감한 신규사업 추진을 위해 사업부문별 전문 경영체제를 도입했다”며 “이마트의 경우 기존사업의 안정적 운영과 과감한 신규사업을 동시에 추진하기 위해 전문화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허인철 대표가 김해성 대표 발령으로 영업총괄부문만을 담당하게 되면서 입지가 줄어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앞서 10월 15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한 허 대표는 “내가 할 수 있는 답변이 아니다”, “내가 맡은 회사와는 상관없다”, “SSM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 등의 답변으로 일관하다 30여분만에 퇴장했다. 결국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지난달 1일 증인으로 출석했고 “이마트 대표의 부적절한 행동으로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머리를 숙였다. 업계는 해당 사건이 직·간접적으로 이번 인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반대로 김해성 대표는 지난해 사장 승진에 이어 1년만에 그룹 간판 계열사 대표까지 꿰찼다. 김 대표는 2006년 신세계인터내셔날 대표를 맡은 후 톰보이·비디비치·코치 등의 브랜드를 앞세워 매출을 4배 이상 수직 상승시켜 주목받았다.
그러나 신세계는 대표이사 전원을 유임시켜 각사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기존 사업의 안정적 운영과 과감한 신규 사업을 동시에 추진하기 위해 전문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세계건설도 건설부문과 골프장부문으로 이원화해 현 신세계건설 대표이사인 윤기열 대표가 건설부문 대표이사로, 백화점 박건현 상근고문이 골프장부문 대표이사 사장으로 내정되며 골프장 사업 강화 의지를 내비쳤다. 특히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신세계백화점 사장을 맡았던 박건현 사장 내정자는 경영일선에서 한 발 물러났다가 다시 현직 대표로 돌아오게 됐다.
신사업 강화를 위한 조직개편도 눈에 띈다. 이마트에는 신규사업총괄이 신설되면서 기존 해외사업뿐 아니라 국내 신규사업까지 통합 관장하도록 조직이 확대 재편됐다. 백화점은 새로 만든 신규사업본부를 대표이사가 직접 관할하도록 해 신규사업을 적극 추진할 수 있도록 했다. 그룹 신사업을 담당하는 전략실 기획팀장 권혁구 부사장보는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마지막으로 신임 임원이 늘어났다는 점도 키워드로 꼽힌다. 이번 신세계 정기인사의 전체 승진 규모는 전년보다 줄었으나 신임임원은 18명으로 전년보다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