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임원들에게 평균 5억원 이상의 연봉을 지급한 기업 다수가 올해 임원 보수를 대폭 삭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연봉 5억원 이상 등기임원에 대한 개별 보수 공개를 회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꼼수' 논란이 일고 있다.
1일 재벌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등기임원 보수가 평균 5억원 이상인 12월 결산법인 219개사(상장사 190개사, 비상장사 29개사) 중 123곳(56.2%)은 올해 1∼9월 지급한 등기임원 보수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감소했다.
이 중 올해 임원 보수가 작년의 절반 이하로 줄어든 곳이 20개사에 달했다. 이를 포함해 임원 연봉 하락률이 30% 이상인 곳이 45개사였고 10% 이상 하락한 기업은 모두 81곳으로 집계됐다.
자본시장법 개정에 따라 기업들은 지난달 29일부터 사업보고서 등에 연간 보수 5억원 이상 등기이사의 개인별 보수를 공개해야 한다. 기존에는 등기임원 전체에게 지급되는 보수총액과 평균 액수만 공개됐다.
특히 총수나 일가족이 등기임원으로 있는 기업의 임원 보수 감소 폭이 컸다.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는 지난해 연간 등기임원 평균 보수가 19억500만원이었고 9월 말까지는 13억3천300만원을 지급했다. 올해는 같은 기간 3억9천300만원에 그쳐 70.5% 감소했다.
지난해 등기임원 1인당 평균 보수가 연간 30억원을 넘었던 SK텔레콤, CJ제일제당은 올해 9월 말까지 지급된 임원 보수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60% 이상 하락했다. 지난해 20억원대 등기임원 1인당 평균 보수를 기록한 네이버와 엔씨소프트도 50% 이상 감소했다.
그 외 LG생활건강, SK네트웍스, GS건설, STX조선해양, E1, LG화학, LG상사, 에스원 등도 하락률이 50%를 넘었다.
반면 지난해 10억원 이상 고액 등기임원 보수를 지급한 대기업 중 올해 보수가 상승한 곳도 있다.
지난해 등기임원 1인당 평균 보수가 52억100만원인 삼성전자는 올해 9월 말까지 지급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9% 늘었다.
현대자동차도 올해 9월 말까지 지급된 등기임원 보수가 지난해보다 9.7% 증가했다.
이러한 가운데 계열사 법정관리로 막대한 투자자 손실을 가져온 동양그룹 총수 일가는 올해 수십억원의 연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나 '도덕적 해이'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은 등기임원으로 있는 ㈜동양을 비롯해 동양네트웍스, 동양시멘트 등에서 9월 말까지 모두 34억 5500만 원의 보수를 받았다.
현 회장의 부인 이혜경 부회장도 10억8천만원의 보수를 지급받아 이들 부부의 올해 보수 총액은 45억3500만원에 달했다.
정선섭 재벌닷컴 대표는 "임원 연봉이 작년에 비해 급감한 것은 비정상적으로 해석된다"며 "개인별 보수 공개 기준인 5억원 미만으로 낮추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