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를 내기 위해 1000억원을 마련해야 할 처지에 놓인 중견기업이 있다.
정부가 ‘중견기업 성장사다리 구축 방안’ 등 중견기업 육성을 위한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현실은 아직도 중견기업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는 장수기업 육성을 위해 기업 승계를 가로막는 과중한 상속세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줄곧 외치고 있지만, 정책과 현실의 온도차는 크다.
창업 46년을 맞은 종묘 중견기업인 농우바이오는 가업상속세로 1000억원을 내년 1월까지 세금으로 내야 할 상황에 몰렸다. 지난달 26일 고희선 회장이 갑자기 별세하면서 그의 막내아들인 고준호 농우바이오 전략기획실 리스크관리 팀장이 1000억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짊어지게 됐기 때문이다.
고(故) 전 회장이 소유하고 있던 주식은 649만2600주(지분율 45.4%)다. 주식상속이 발생할 경우 증여 시점 전후로 각각 2개월씩, 총 4개월 동안의 주가평균 가격을 기준으로 증여재산가액이 측정된다. 농우바이오가 증여재산가액으로 계산할 주식 가격은 2만3000원대로 추산된다. 여기에 최대주주 주식 상속·증여로 인한 ‘경영권 프리미엄 할증평가제’ 30%가 추가되면서 증여재산가액을 계산하기 위한 농우바이오의 평균 주가는 3만2000원대로 오를 것이라는 예상이다.
현재 농우바이오는 고 팀장이 상속받은 금액을 약 2077억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중견기업의 가업 상속세 최고 세율이 50%인 점을 고려할 때 고 팀장은 1000억원대의 상속세를 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농우바이오가 기업 분류상 영농법인으로 돼 있어 최대 5억원밖에 공제를 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중견기업은 가업상속 공제한도가 최대 300억원이지만 농우바이오는 이마저도 혜택을 못받는 사각지대에 몰려 있다.
당초 농우바이오는 농림부를 비롯한 정부부처에 해결 방안을 요청하는 건의서를 제출하기도 했지만 정부로부터 받은 대답은 “방법이 없다”는 말뿐이었다.
IMF 위기 당시 국내 종자회사 대부분이 외국으로 팔려나갈 때도 ‘종자 주권’을 지켰던 농우바이오는 정부로부터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한 채 결국 거액의 상속세를 마련할 방법을 찾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공적기관 자금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나, 주식을 담보로 대출받을 수 있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며 “상속자 사망일로부터 6개월 내에 상속세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만큼 분주하게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농우바이오와 같은 중견기업이 영세기업이나 개인농업인과 같은 기준을 적용받는 것은 다시 한 번 검토돼야 하는 것 아니겠냐”고 안타까운 심경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