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대회 정상을 향한 10대 소녀의 도전이 전 세계 골프팬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리디아 고(16·고보경)는 16일 오전(한국시간) 프랑스 에비앙 레뱅의 에비앙 마스터스 골프장(파71·6428야드)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 에비앙 챔피언십(총상금 325만 달러·35억3000만원) 최종 3라운드에서 버디 3개, 보기 2개로 1언더파 70타를 쳤다. 이로써 리디아 고는 최종합계 8언더파 205타로 수잔 페테르센(32·노르웨이·10언더파 203타)에 2타 차 2위를 차지했다.
선두에 1타 뒤진 공동 2위로 최종라운드를 출발한 리디아 고는 미야자토 미카(24·일본), 수잔 페테르센 등 쟁쟁한 선배 선수들과 선두 경쟁을 펼쳤지만, 결국 베테랑 페테르센의 벽은 넘지 못했다.
2번홀(파3)과 13번홀(파5) 보기가 결정적이었다. 1번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을 홀컵 50㎝ 이내에 붙이며 기분 좋은 버디를 낚은 리디아 고는 이어진 홀에서 각각 보기와 버디를 범하며 롤러코스터를 탔다. 2번홀 그린에서 시도한 버디퍼트가 힘 조절에 실패해 타수를 잃었고, 3번홀(파4)에서는 티샷이 흔들려 러프에 빠졌지만 안정된 아이언샷과 정교한 퍼트를 앞세워 잃었던 타수를 만회했다.
이후 전반 나머지 홀을 전부 파로 막으며 샷 감각을 조율한 리디아 고는 그러나 기다렸던 버디는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12번홀(파4)까지 팽팽하게 이어오던 흐름은 13번홀에서 깨졌다. 티샷한 볼이 벙커에 빠졌고, 두 번째 샷마저 벙커 턱에 맞고 거리 손실을 봤다. 핀을 직접 노린 세 번째 샷은 그린을 지나 러프에 빠졌다. 칩인을 시도했지만 이마저도 홀컵을 지나 결국 보기를 범했다. 반면 1타 차 선두를 달리던 페테르센은 같은 홀에서 파로 막아 두 선수는 2타 차로 벌어졌다. 리디아 고는 15번홀(파5)에서 벙커에 빠진 볼을 버디로 연결시키며 페테르센을 압박했지만 페테르센 역시 버디로 응수하며 2타 차 승부를 이어갔고, 남은 2개 홀에서도 2타 차는 줄지 않았다.
지난 8월 CN캐나다 여자오픈에서 대회 2연패를 차지한 리디아 고는 메이저대회 개인 최고 성적을 거두는 데 만족했다. 나비스코 챔피언십(공동 25위), 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공동 17위), US여자오픈(공동 36위), 브리티시 여자오픈(공동 42위)에서는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한 리디아 고는 심리적 압박 속에서도 준우승을 차지하며 남은 대회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했다.
만약 리디아 고가 이 대회에서 우승했다면 1951년 타이틀홀더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패트 오설리반(미국), 1967년 US여자오픈 챔피언 캐서린 라코스테(프랑스)에 이어 세 번째 아마추어 신분 메이저 챔프로 기록될 수 있었다.
올해 메이저대회로 승격된 에비앙 챔피언십 초대 챔피언에 오른 페테르센은 생애 두 번째 메이저 타이틀을 품에 안았다. 2007년 맥도날드 챔피언십 우승 이후 6년 만에 메이저 대회 정상에 선 페테르센은 올해 3승이자 개인 통산 13승째를 장식했다.
2라운드까지 선전하며 커리어 그랜드슬램 꿈을 부풀렸던 박세리(36·KDB금융그룹)는 스코어를 줄이지 못하며 최종 합계 5언더파 137타로 공동 4위에 올랐다. 유소연(23·하나금융그룹)은 버디 3개, 보기 3개를 묶어 이븐파를 쳐 최종합계 5언더파 207타로 박세리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15번홀까지 선두와 3타 차를 유지하던 최운정(23·볼빅)은 16번홀에서 트리플보기를 범하며 무너져 공동 6위(4언더파 209타)에 만족했다. 사상 첫 캘린더 그랜드슬램에 도전했던 박인비(25·KB금융그룹)는 5타를 추가로 잃어 합계 8오버파 221타로 공동 67위에 그쳤다.
한편 이번 대회는 1라운드 당시 내린 폭우로 3라운드 54홀 경기로 축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