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이 비싸고 불편하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될 듯하다.
최근 서울 은평뉴타운에 전통미를 갖춘 2층 한옥 한 채가 지어졌다. 지붕에 올린 기와부터 나무 기둥, 창호지를 바른 문, 마루바닥까지 외양은 전통 한옥의 모습이지만 생활의 불편함은 획기적으로 줄인 새로운 한옥 모델이다.
'화경당'으로 이름 붙인 이 한옥은 국토교통부와 김왕직 명지대 교수가 이끄는 '한옥기술개발 연구단'의 중간 성과물이다. 한옥의 대중보급 확산을 위해 국토부는 지난 2009년 한옥기술 연구개발(R&D)에 착수, 김왕직 명지대 교수가 이끄는 '한옥기술개발 연구단'을 지원해왔다. 연구단은 한옥 대중화를 위해 시공비를 대폭 낮추면서 현대인의 생활을 반영해 단열·기밀 등 주거 성능을 향상시키는 연구를 수행했다.
화경당은 362㎡ 부지에 건축면적 71㎡, 연면적 142㎡, 용적률 39.3%, 건폐율 19.65%를 적용받아 ㄱ자 형태, 2층 규모로 지어졌다. 1층에 들어서면 거실 왼쪽으로 사랑채가 자리하고, 오른쪽 부엌을 지나면 다실이 꾸며져 있다. 화장실과 다용도실도 마련돼 있다. 2층은 안방과 작은방 등 방 2개와 거실·간이부엌·화장실 등으로 구성돼 있다. 안방과 작은방에는 수납을 위한 붙박이장도 설치됐다.
건축비는 3.3㎡당 720만원까지 내렸다. 기존 전통 한옥의 60% 수준이다. 전체 건축비의 40%와 30%를 차지하는 목재와 지붕 공사비를 절반 가까이 줄인 덕분이다. 목재 사용량은 디자인 개선을 통해 기존보다 40% 줄였다. 지붕은 전통 한식 기와 가격의 30~60% 수준인 경량신소재와 그린멘트 기와로 대체했다. 과거 한옥 전문 기술자들이 주먹구구식으로 하던 현장관리도 프로그램화해 공사기간을 예전보다 30%까지 단축했다.
한옥은 창문과 출입문이 일반주택보다 상대적으로 많아서 냉난방(단열)에 취약했다. 신기술 한옥에서는 단열을 크게 개선하고 집안 구성(평면)도 일반 단독주택 못지않게 만드는 등 '거주성능'을 높였다. 목재 전통 이음맞춤법을 개선해 모서리 접합강도(강성)를 기존보다 최대 10배까지 높였다. 한옥에 어울리는 목재시스템 창호도 새로 개발했다. 올해 경기도 파주시에 조성될 100채 규모의 한옥마을에도 한옥 신기술이 적용될 예정이다.
김왕직 한옥기술개발연구단장은 "전통 한옥의 브랜드 가치를 계승하면서도 현대적 거주 성능이 확보된 저렴한 대중 한옥을 개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신기술 개발로 한옥 대중화의 물꼬를 트게 됐지만 아직도 일반 수요자들이 다가가기엔 불편함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옥 건설 과정이 여전히 어렵다는 점이다. 도심이나 공공택지의 땅을 산 뒤 한옥 전문업체를 찾아서 의뢰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신한옥 주관 부처인 국토해양부는 기술개발 외에도 다양한 정책적 지원과 규제완화에 팔을 걷어붙였다. 한옥의 산업화 및 저변 확대를 위해 지방자치단체의 한옥 건축 지원, 한옥 전문인력 양성, 한옥 기술 개발 등을 추진 중이다.
국토부는 우선 최근 건축 수요가 늘어나는 한옥에 대한 체계적 지원을 위해 '한옥 등 건축자산의 진흥에 관한 법률' 제정을 추진 중이다. 국토부는 이번 법 제정을 통해 시·도지사가 신규 한옥 건축과 한옥마을 조성을 위해 기술이나 보조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한옥마을을 조성할 경우 국가와 지자체가 해당 지역에 있는 도로나 전기, 상·하수도와 같은 기반시설 설치·정비에 먼저 나서게 된다.
국토부는 아울러 한옥건축 산업 육성을 위해 올해 6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6개 교육기관과 위탁교육 협약을 체결하고 한옥 전문인력 양성에도 나섰다. 국토부는 이를 통해 한옥 설계와 건축 분야 전문인력을 늘리는 한편 수준 높은 한옥 공급도 확대될 것으로 기대했다.
문화체육관광부도 한옥체험 프로그램 등 실생활 적용 콘텐츠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문화부는 주로 오래된 한옥과 종택 스테이(체류) 지원을 통한 한옥 체험기회 확대와 해당 프로그램 개발, 한옥 서포터스 운영 등 한옥의 관광자원화에 중점을 두고 관련 정책을 추진 중이다. 이와 함께 서울시와 전남도, 전주시 등 지자체의 한옥 보존 및 활성화 사업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